[기획]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질문…대전지족고, '함께 읽는 학교' 만들다
  • 정예준 기자
  • 입력: 2026.08.28 09:00 / 수정: 2026.08.28 09:00
<더팩트>-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인공지능(AI) 시대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학교 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우고 미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창의인재씨앗학교'를 통해 학교별 특색을 살린 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는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기획 시리즈를 통해 대전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미래교육 실험과 성과를 소개한다. 다섯번째 순서는 한 권의 책을 매개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읽고 질문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독서인문교육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대전지족고등학교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인공지능(AI)이 순식간에 답을 찾아주고 글까지 만들어주는 시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힘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연결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전지족고등학교가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한데 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독서가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고, 표현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전지족고가 운영하는 '창의나래 독서포럼'은 교육과정과 도서관,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연결한 참여형 독서교육의 현장이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 강당과 도서관 일대에서는 2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창의나래 독서포럼이 열렸다.

올해 학생들이 함께 읽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다.

하지만 이번 독서교육은 행사 당일 하루에 이뤄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학교는 지난 3월 학생들에게 책을 배부하고 담임교사와 교과교사, 학부모 독서동아리에도 같은 책을 제공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육공동체가 함께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은 1학기 동안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책을 읽고 국어 수업에서는 독서일지와 독후감을 작성했다. 이후 학교 자율적 교육과정에서는 모둠별로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는 심화 도서를 직접 선정해 탐구를 이어갔다.

'한 권을 읽는다'는 하나의 출발점에서 수업과 독서, 탐구와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공존 키링 만들기 체험 부스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공존 키링 만들기 체험 부스 모습. /대전시교육청

◇ 읽고, 묻고, 말하고…책이 배움의 중심이 되다

포럼 당일 학생들은 그동안의 독서와 탐구 활동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북트레일러 상영을 시작으로 작품을 읽으며 떠올린 질문과 생각을 서로 나누고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과 의미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었다.

도서관 일대는 책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바이오 테라리움 만들기와 공존 키링 만들기, 온실 상담소, 캐리커처 등 체험 부스가 운영됐다. 작품의 배경과 주제를 단순히 글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면서 책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한 한 학생은 "혼자 읽었을 때 그냥 지나쳤던 장면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나니 다르게 보였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나니 책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독서는 혼자 책장을 넘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질문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불러오고 그 생각이 다시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모스바나 부스 운영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모스바나 부스 운영 모습. /대전시교육청

◇ 학생들 질문에 학부모도 답하다

올해 포럼에서는 학부모가 직접 참여한 '우리들의 모스바나'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학부모 독서동아리 회원들은 학생들과 같은 책을 미리 읽고 토론한 뒤 작품과 관련한 질문을 직접 만들었다. 행사 당일 학생들은 질문을 하나씩 뽑아 자신의 생각을 나뭇잎 모양 포스트잇에 적고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모스바나는 작품 속 황폐해진 땅을 뒤덮으며 생명을 되살리는 식물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서로 다른 생각이 나뭇잎처럼 하나씩 붙어 결국 하나의 덩굴을 이루도록 하면서 책을 매개로 학생과 학부모가 생각을 주고받는 공간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 학생은 "어머니들이 만들어 주신 질문에 답을 적으면서 어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보는 장면과 생각은 서로 달랐다. 대전지족고는 바로 그 차이가 새로운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교사가 책을 선정하고 학생에게 정답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드는 독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온실 상담소 운영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중 온실 상담소 운영 모습 /대전시교육청

◇ 독서교육, 행사 아닌 학교 교육과정으로

창의나래 독서포럼의 또 다른 특징은 독서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업에서 시작한 독서가 자율적 교육과정과 탐구활동으로 이어지고 이후 포럼을 통해 발표와 체험, 소통으로 확장된다. 교실에서 시작된 한 권의 책이 도서관으로, 학교 전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전지족고는 이 같은 교육과정과 도서관을 연계한 독서교육을 꾸준히 운영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1교 1독서 브랜드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2025년부터는 창의인재씨앗학교로 지정돼 학생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학교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창의나래 독서포럼 역시 매년 같은 모습에 머물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제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올해는 심화 독서와 체험활동, 학부모 참여까지 범위를 넓혔다.

학교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한 독서량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보다 책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질문을 만들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AI가 정답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힘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상열 대전지족고 교감은 "AI 시대일수록 학생들이 책을 깊이 읽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연결하는 힘이 더욱 중요하다"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같은 책을 읽고 질문을 주고받은 이번 포럼을 통해 읽고 묻고 표현하는 배움의 문화를 학교 전반으로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지난 7월 16일 대전지족고등학교에서 열린 창의나래 독서포럼 행사 모습. /대전시교육청

◇ 한 권에서 시작해 학교 전체로

대전지족고의 독서포럼은 2학년에서 멈추지 않는다.

2학기에는 1학년 학생들이 '북적이는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독서포럼을 이어간다. 학생 참여형 독서문화를 특정 학년의 프로그램이 아닌 학교 전체의 교육문화로 확장하기 위한 과정이다.

책 한 권을 읽고 감상을 쓰는 것에서 출발한 독서교육은 이제 수업과 토론, 심화 탐구와 체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질문에는 친구들이 답하고, 학부모가 다시 질문을 보탠다.

AI 시대,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를 찾고, 스스로 질문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대전지족고가 책을 통해 키우고자 하는 역량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질문이 교실을 넘어 도서관으로 이어지고, 학생에서 교사와 학부모로 확장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이 모여 새로운 배움을 만들어낸다.

'창의나래 독서포럼'은 책을 읽는 행사를 넘어, 함께 읽고 함께 묻고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대전지족고의 또 하나의 교육 실험이다.

※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기사는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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