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학생들…영주 버스정류장의 '말 없는 등굣길' [TF포착]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8.25 10:21 / 수정: 2026.08.25 10:21
중학생 10여 명 나란히 서서 휴대전화만 응시
웃음·대화 사라진 버스정류장…스마트폰이 바꾼 청소년들의 일상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 대학로 다이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성권 기자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 대학로 다이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무슨 얼차려라도 받는 것처럼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 대학로 다이소 인근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10여 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예전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장난과 웃음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생들은 저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친구가 서 있어도 대화를 나누기보다 화면을 넘기거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버스정류장은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었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함께 살피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주고받으며 떠들썩했던 풍경은 어느새 낯선 모습이 되고 있다.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 대학로 다이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김성권기자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 대학로 다이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김성권기자

이날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렬로 서서 각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만 시선은 서로가 아닌 손안의 작은 화면에 머물렀다.

물론 스마트폰은 이제 학생들의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생활도구가 됐다. 학습과 정보 검색, 연락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필수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친구와의 대화와 교류 시간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친구조차 외면한 채 전자기기에만 몰두하는 풍경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짧은 버스 대기 시간마저 휴대전화 화면으로 채워지는 시대. 영주시 대학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말 없는 등굣길'은 편리함 뒤로 조금씩 메말라가는 청소년들의 소통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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