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탄광 노동자, 옥중 사망 64년 만에 '살인 무죄'
  • 조효근 기자
  • 입력: 2026.08.21 13:44 / 수정: 2026.08.21 13:44
6·25 직후 탄광 폭력사건 연루돼 징역 20년…수감 중 숨져
법원 "가혹행위 인정할 사정"…수사기관 진술조서 증거 배척
법원 로고. /뉴시스
법원 로고.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6·25전쟁 직후 화순탄광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중형을 선고받고 옥중에서 숨진 노동운동가가 사후 64년 만에 재심을 통해 살인 혐의를 벗었다.

광주지법 형사11부(김송현 부장판사)는 21일 고(故) 정모 씨의 살인 등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정 씨는 화순탄광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참여하던 1950년 8월쯤 탄광치안관리대 관계자 등 3명이 노동자들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에 연루됐다.

당시는 6·25전쟁을 전후해 화순 일대에서 좌우 세력 간 충돌과 군경의 토벌작전 등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화순탄광 역시 해방 이후 노동운동과 이념 갈등이 격렬하게 전개된 공간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는 휴전 이후인 1955년 이 사건을 우발적인 노동자 충돌이 아닌 좌익 세력에 의한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정 씨를 비롯한 다수 노동자를 재판에 넘겼다.

정 씨는 살인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복역하던 중 1962년 교도소에서 숨졌다.

유족들은 당시 수사기관이 정 씨를 불법 구금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진술을 받아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씨가 경찰의 세 번째 조사 때부터 살인 혐의를 부인한 점 등 당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존재해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의 3차 조사 때부터 혐의를 부인하는 등 가혹행위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관련 수사기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정 씨가 살인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70여 년 전 내려졌던 살인 유죄 판단은 재심에서 뒤집혔다.

다만, 정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기존 유죄 판단을 유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 씨가 숨진 뒤 64년, 사건이 발생한 지 76년 만에 내려진 재심 판결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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