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의료는 사는 곳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8.21 12:03 / 수정: 2026.08.21 12:03
국립경국대 의대 설립, 경북 북부권 새 희망
안동시가 국립의대 설립 추진단을 출범하고, 국립의과대학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지원과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실무TF 운영에 들어갔다. /안동시
'안동시가 국립의대 설립 추진단'을 출범하고, 국립의과대학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지원과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실무TF 운영에 들어갔다. /안동시

[더팩트ㅣ안동=김성권 기자] 의료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북 북부권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하고, 전문의료 인력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시와 함께 지난 20일 '국립경국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추진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난 6일 정부가 경북을 2030년 신설 국립의대 후보 지역으로 선정한 지 불과 보름 만이다. 경북도와 안동시, 국립경국대가 짧은 기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대 신설의 당위성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한 것은 그만큼 지역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계획의 핵심은 분명하다. 단순히 의사 몇 명을 더 배출하는 의과대학이 아니라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42명으로 전국 평균 2.2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중증응급환자의 지역 외 이용률은 30.9%에 달하고, 중증응급질환 원내 사망률은 경북 북부권에서 11.8%까지 높아진다. 전국에 상급종합병원이 47곳이나 있지만 경북에는 한 곳도 없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의료시설 부족이 아니다. 지역주민의 건강권이 거주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국립경국대 의대 설립은 의대 하나를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의료 불균형을 바로잡고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갖추는 문제다.

경북도청 신도시에 건립될 국립 경국대 의과대학 부지 예정지. /경상북도
경북도청 신도시에 건립될 국립 경국대 의과대학 부지 예정지. /경상북도

경북도가 제시한 계획에는 2030학년도 입학을 목표로 경북도청 신도시 내 13만 362㎡ 규모의 가용부지를 활용해 의과대학을 조성하고, 교원 112명을 확보하며, 최대 500병상 이상 규모의 교육병원을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역의 산업 기반과 의료·연구 기능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안동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 등 바이오·백신 관련 산업과 연구 기반이 있다. 의대와 교육병원이 들어선다면 교육과 진료를 넘어 임상과 연구가 결합된 새로운 의료·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으로 의대 설립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의대 정원을 확보하는 것부터 교수진과 교육시설, 부속병원, 임상수련 체계를 갖추는 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의대를 졸업한 의료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 정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에서 학생을 뽑고, 지역에서 교육하고, 지역에서 수련하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의대 설립이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지역 의료를 바꾸는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북도와 안동시, 국립경국대뿐 아니라 예천군을 비롯한 인접 지자체와 지역 의료기관, 의료계가 장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의대 설립 이후 교육과 병원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대 유치 과정에서 지역 간 경쟁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 의대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의대를 세워야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격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다.

경북 북부권의 현실은 이미 충분히 설명됐다. 이제는 그 필요성을 실행계획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역 의료의 핵심은 병원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다. 환자가 필요할 때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느냐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중증질환자가 치료를 위해 타 지역을 전전하지 않으며, 지역주민이 사는 곳에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의료복지이고, 동시에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중요한 생활 인프라다.

교육부의 결정이 임박한 지금, 국립경국대 의대 설립을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경북 북부권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공은 이제 정부와 교육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경북도와 안동시, 국립경국대가 할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다. 왜 경북에 국립의대가 필요한지, 왜 안동이 그 거점이 되어야 하는지, 의대와 교육병원이 지역의 의료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끝까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수도권으로 가야 받을 수 있는 의료'에서 '내가 사는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로.

국립경국대 의과대학 설립은 반드시 이 목표를 향해야 한다. 그것이 의대 설립의 가장 분명한 명분이자, 경북이 정부에 요구해야 할 가장 당당한 이유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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