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 이겨낸 '8·15 광복쌀' 첫 수확…영주 들녘에 익어가는 광복의 숨결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8.14 13:50 / 수정: 2026.08.14 13:50
광복절 하루 앞두고 첫 벼 베기…109일 만에 결실
이달 말까지 120톤 수확...추석밥상 오른다
14일 황병직 영주시장이 콤바인에 올라 올해첫 벼를 베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영주시
14일 황병직 영주시장이 콤바인에 올라 올해첫 벼를 베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말복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북 영주시의 들녘은 잔뜩 흐린 하늘 아래 모처럼 한풀 꺾인 더위를 보였다.

누렇게 익은 벼 사이로 콤바인이 천천히 움직이자 묵직한 벼 이삭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폭염과 장마, 올해 유독 심했던 이상기후를 견뎌낸 '8·15 광복쌀'의 첫 수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영주시와 안정농협은 이날 안정면 오계리 최이한 씨 농가에서 '2026년 8·15 광복쌀 재배단지 첫 벼 베기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햅쌀 생산에 들어갔다.

현장에는 황병직 영주시장과 이상근 영주시의회 의장, 손기을 안정농협 조합장, 재배농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직접 콤바인에 올라 벼를 베며 올해 첫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수확의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유난히 길고 강했던 폭염과 장마를 견뎌낸 벼가 마침내 황금빛 이삭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벼베기애 참여한 황병직 영주시장과 이상근 시의회 의장, 임무석 도의원, 기을 안정농협 조합장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주시
벼베기애 참여한 황병직 영주시장과 이상근 시의회 의장, 임무석 도의원, 기을 안정농협 조합장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주시

재배농가 최이한 씨는 "오랜 폭염과 유독 심한 이상기후로 작황이 예년만 못하지만, 땀 흘려 키워온 광복쌀의 벼 이삭이 탐스럽게 여물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수확에 들어간 품종은 극조생종인 '빠르미'다. 지난 4월 27일 모내기를 시작해 109일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일반 벼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만큼 추석을 앞두고 햅쌀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영주시는 이날 첫 벼 베기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모두 120톤의 '8·15 광복쌀'을 수확할 계획이다. 수확한 쌀은 4kg과 5kg 단위로 포장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른다.

'8·15 광복쌀'은 영주시와 안정농협이 2012년부터 함께 생산해 온 지역 대표 햅쌀 브랜드다.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햅쌀을 수확하는 상징성을 살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조기 재배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영주에서 생산되는 '광복쌀'에는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한광복단이 처음 결성된 곳이 바로 영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에는 광복절을 맞아 영주시와 안정농협 관계자들이 직접 울릉도와 독도를 찾아 영주에서 생산한 8·15 광복쌀을 울릉군과 독도경비대에 전달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올해도 첫 수확 현장은 단순한 농산물 수확 이상의 의미를 더했다. 논 한가운데서 시작된 벼 베기가 광복절을 앞두고 지역의 역사와 농업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영주들판에 8·15 광복쌀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영주시
영주들판에 '8·15 광복쌀'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영주시

손기을 안정농협 조합장은 "이번 첫 벼 베기를 통해 영주쌀의 가치를 알리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미래 세대에 애국정신을 고취하는 8·15 광복쌀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비자들의 올 추석 밥상에 그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병직 영주시장은 "대한광복단 발상지인 영주에서 생산되는 8·15 광복쌀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며 "고품질 햅쌀의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 확대를 통해 영주쌀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주는 1913년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대한광복단이 처음 결성된 지역이다. 영주시는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풍기읍 산법리에 대한광복단기념공원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폭염과 장마라는 자연의 시련을 이겨낸 벼알들이 콤바인 터빈 안에서 눈부신 햅쌀로 거듭나던 14일 오전 수확의 기쁨으로 물든 영주의 황금빛 들녘에는 추수의 풍요로움과 함께 110여 년 전 이 땅을 지켜낸 광복의 숭고한 정신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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