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나리마을서 55년 만에 되살린 '감자삼골찌기'…옛 추억이 관광자원으로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8.10 19:57 / 수정: 2026.08.10 19:57
주민들 기억에서 시작된 전통문화 복원 '눈길'
'가을 생태문화체험 한마당'서 관광객에 선보여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제공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제공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도 유일의 평지 마을인 나리마을에서 주민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전통 생활문화가 55년 만에 되살아났다.

울릉군 북면 나리마을 주민들은 10일 마을 한편에서 옛 방식 그대로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를 재현했다.

이번 재현은 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나리마을 주최로 열리는 '나리마을 가을 생태문화체험 한마당'을 앞두고 주민들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주민들은 사라져가는 마을의 옛 생활문화를 복원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체험거리로 선보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 첫 시도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감자삼골찌기를 다시 꺼내놓은 것이다.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삼을 찌던 방식에서 시작된 '감자삼골찌기'

감자삼골찌기는 과거 울릉도에서 삼베옷을 만들던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옛 주민들은 삼베옷의 재료가 되는 삼 줄기에서 껍질을 손상 없이 분리하기 위해 고온의 수증기로 삼을 익혔다. 당시 나리마을에는 삼을 찌는 데 사용할 큰 통이 부족해 땅을 파고 돌을 달군 뒤 물을 부어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활용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삼을 찌는 모습을 지켜보다 같은 방식으로 감자를 쪄 먹으며 놀았다고 한다.

특히 현재 공군부대 인근 너도밤나무 숲 주변에서 하루 종일 그네를 타며 놀다가 감자와 옥수수를 수증기로 익혀 먹었던 기억은 나리마을 어르신들에게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리마을 김기성 어르신 등 주민들이 간직해 온 당시의 기억을 토대로 55년 동안 사라졌던 감자삼골찌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10일 울릉 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땅 파고 돌 달구고…55년 전 방식 그대로

이날 재현은 과거의 방식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서로 연결된 두 개의 구덩이를 판 뒤 한쪽 구덩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장작불 위에는 작은 돌을 올려 충분히 달궜다.

돌이 달궈지자 흙으로 덮고 물을 부어 수증기를 발생시켰다.

반대편 구덩이에는 마가목 가지를 깔고 그 위에 홍감자와 껍질째의 옥수수를 올린 뒤 다시 흙으로 덮었다.

달궈진 돌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연결된 구덩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감자와 옥수수를 익히는 방식이다.

현대식 찜기나 조리기구 하나 없이 땅과 불, 돌, 물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전통적인 조리 방식이 그대로 재현됐다.

시간이 지나 흙을 걷어내고 잘 익은 감자와 옥수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함께 맛을 보며 옛 기억을 되살렸다.

특히 마가목 가지와 수증기로 익혀낸 옥수수에서는 특유의 향이 배어 나왔고, 나리마을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감자를 나눠 먹는 모습에서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마을 공동체의 정겨움도 묻어났다.

10일 울릉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10일 울릉나리마을에서 55년 만에 땅을 파고 장작불과 달군 돌, 수증기를 이용해 감자와 옥수수를 쪄 먹는 '감자삼골찌기'가 재현됐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

◇"주민의 기억이 곧 나리마을의 관광자원"

이번 감자삼골찌기 재현은 단순히 옛 음식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생활문화를 직접 복원해 마을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어르신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옛 방식을 찾아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나리마을은 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가을 생태문화체험 한마당'을 통해 감자삼골찌기를 비롯해 마을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생활문화와 이야기를 발굴해 관광객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의 기억에서 출발해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이어가는 마을의 이야기가 울릉도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나리마을은 현재 유엔투어리즘(UN Tourism) 최우수관광마을 선정을 위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생활문화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더해 나리마을만의 독특한 관광 콘텐츠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은 "앞으로도 잊혀져가는 선조들의 옛 풍습을 잘 보존해 나리마을만의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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