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전인데 왜 저렇게 뛰나…맨시티가 보여준 ‘진짜 프로’ [박순규의 창]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08.05 21:58 / 수정: 2026.08.05 21:58
5일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 리그 1-3 맨체스터 시티
32도 폭염에도 압박·질주·정예 운영…팀 K리그에 남긴 '화두'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맨시티 무바마가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맨시티 무바마가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서울월드컵경기장=박순규 기자] 이름값은 광고와 홍보가 만들 수 있지만, 명문의 품격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드러난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세계적인 명문 구단이 무엇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고 오후 8시 킥오프 때도 32도 안팎의 열기가 남아 있던 가마솥더위.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더구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프리시즌 친선경기였다.

그러나 맨시티 선수들의 축구에는 ‘친선’이라는 느슨함이 없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팀 K리그의 빌드업을 압박했고, 공을 빼앗으면 두세 번의 패스로 상대 페널티지역까지 진입했다. 전반 9분 라얀 아이트누리의 선제골, 20분 티자니 라인더르스, 23분 디빈 무바마의 연속골까지 불과 23분 사이 세 골을 몰아쳤다.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맨시티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맨시티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팀 K리그도 전반 12분 김대원의 동점골로 맞섰지만, 맨시티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을 소유하지 않을 때는 함께 뛰었고, 공을 잡으면 빠르게 공간을 점령했다. 압박의 강도와 패스 속도, 박스 안에서의 판단과 집중력에서 세계 정상급 클럽의 기준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더 인상적인 것은 경기력보다 태도였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전반 45분 동안 선발진을 그대로 가동하며 새로운 전술과 조직력을 치열하게 점검했다. 선수들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동료가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두세 명이 에워쌌고, 공격이 끊겨도 걸어서 돌아오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다.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가 이번 아시아 투어를 마레스카 체제의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규정한 이유가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크기와 형식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존재가 아니다. 관중이 한 명이든 수만 명이든, 결승전이든 친선전이든 자신이 세운 기준을 낮추지 않는 사람이 프로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평생 강조했던 것도 결국 승리를 향한 기준과 태도의 일관성이었다.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먼저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명성과 막대한 몸값을 자랑하면서도 경기와 팬 앞에서 자신을 철저히 단련하는 자세. 맨시티가 흘린 땀은 이날 관중석을 메운 2만 8036명의 팬들에 대한 가장 정직한 예의였다.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팀 K리그 김대원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팀 K리그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팀 K리그 김대원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이 경기는 K리그에도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첫째는 압박을 견디는 기술이다. 세계 정상급 팀의 압박은 단순히 빨리 달려드는 것이 아니다. 패스 길을 차단하고, 상대의 다음 동작을 예측하며, 여러 선수가 같은 순간에 움직인다. 이를 벗어나려면 개인 기술뿐 아니라 공을 받기 전의 시야와 위치 선정, 동료 간 약속이 필요하다.

둘째는 판단의 속도다. K리그 선수들이 두세 번 공을 만질 때 맨시티 선수들은 한두 번의 터치로 다음 장면을 만들었다. 축구에서 진정한 속도는 발이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셋째는 팬을 대하는 자세다. 친선경기라고 힘을 빼고, 폭염이라고 집중력을 낮추는 순간 프로의 가치는 떨어진다. 관중은 유명 선수의 얼굴만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끝까지 뛰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2년부터 토트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뉴캐슬 등 해외 명문 구단과 팀 K리그의 경기를 이어왔다. 이제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여름 축제를 넘어 K리그의 수준을 측정하고 발전 방향을 찾는 실전 교과서가 돼야 한다. 경험하는 것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무엇이 달랐는지 분석하고, 훈련과 경기 운영에 반영해야 의미가 있다. 압박의 속도, 공수 전환의 간격, 한두 번의 터치로 공간을 여는 능력을 일상적인 K리그 경기에서도 구현해야 한다.

맨시티가 이날 보여준 것은 화려한 개인기만이 아니었다. 작은 경기에도 기준을 낮추지 않는 태도, 팬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그리고 이름값을 땀으로 증명하는 프로의 품격이었다. 맨시티가 폭염 속에서 보여준 땀방울과 진심은 한국 프로축구가 나아가야 할 팬 우선주의와 프로 정신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을 초청해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왜 강한지 배우고, 언젠가는 같은 기준으로 맞서야 한다. 맨시티의 압박보다 K리그에 더 아프게 남아야 할 것은 ‘우리는 과연 매 경기 저렇게 뛰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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