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뛰고 싶은 매력 지닌 데일리 스포츠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경기도 용인=오승혁 기자]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땀에 젖은 사진과 함께 SNS에 ‘오운완’이라는 세 글자를 남긴다.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이다. 몸은 지쳤지만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켰다는 개운함과 뿌듯함이 담긴 표현이다.
메르세데스-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운전석에서 내린 뒤 엉뚱하게도 이 단어가 떠올랐다.
‘오늘 운전 완료. 오운완.’
가속 페달을 밟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차체가 노면을 읽으며 움직이는 감각에 집중하고 나면 제법 힘을 쓴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운전자를 지치게 만드는 차는 아니다. 운동을 마친 뒤 시간이 흐르면 다시 체육관을 찾듯, 차에서 내리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운전하고 싶어진다.
AMG GT라면 당연히 주말의 굽이진 도로나 한적한 고속도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매일 그런 도로만 달릴 수는 없다. 출근길 정체도 견뎌야 하고 좁은 주차장에도 들어가야 한다. 장을 본 뒤 짐을 싣고 때로는 동승자도 태워야 한다.
이번 시승의 질문은 단순했다.
‘AMG GT 43는 매일 탈 수 있는 스포츠카인가?’
국내 미디어 시승에 처음 투입된 AMG GT 43 론치 에디션을 경험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국내 출시를 기념해 10대만 선보였다. 지난 여름부터 '오승혁의 팩트 DRIVE'를 하면서 여러 차를 마주했지만 주행 거리 22km인 차는 처음 만났다.
이 정도의 신차를 길들이면서 운전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쉽게 찾아 오지 않는다. 새 차 시트가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맡으면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아침까지 서울 곳곳과 경기도 용인 등의 도심과 고속도로, 늦은 밤의 한적한 길을 달리며 그 답을 찾아봤다.

- GT 43 론치 에디션, 무엇이 다른가?
첫인상부터 평범하지 않다.
지난번 시승에서 AMG GT 63 S E 퍼포먼스를 타고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아름답다'라는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같은 맥락에 있는 차량인 만큼 AMG GT 43의 론치 에디션의 외향도 상당히 훌륭하다.
어떤 면에서는 '더 범용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GT 63 S E가 오렌지 색에 가까운 화려운 컬러로 눈길을 끌고 긴 차체와 체격으로 압도했다면 이번 차량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무난한 듯 반짝이는 색상과 차분하고 절제된 인상으로 다가왔다.
론치 에디션에는 하이테크 실버 메탈릭 외장 색상이 적용됐다. 햇빛 아래에서는 밝은 은색으로 보이지만 그늘이나 밤에는 차체 굴곡을 따라 짙은 회색에 가까운 색을 드러낸다. 낮고 길게 뻗은 보닛과 뒤로 밀어낸 운전석, 둥글게 떨어지는 지붕선이 색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전면부에서는 AMG 특유의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커다란 삼각별과 날렵한 헤드램프, 넓게 벌어진 공기흡입구가 차체를 실제보다 더 낮고 넓어 보이게 한다.
여기에 AMG 나이트 패키지와 마누팍투어 블랙 크롬 트림을 적용했다. 번쩍이는 장식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은색 차체 곳곳에 검은색 포인트를 넣어 인상을 다잡았다.

문을 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외관이 차분한 은색이라면 실내는 레드 페퍼와 블랙 색상의 나파 가죽으로 강렬하게 꾸몄다. 붉은색 시트와 도어 트림, 검은색 대시보드가 대비를 이룬다.
만일 외장과 동일하게 내부도 블랙, 그레이, 실버 등의 색상이 적용됐다면 약간은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AMG GT를 선택하면서 내외부가 모두 얌전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어필하는 강렬한 색상이 가슴을 울렸다.
차체는 전장 4730㎜, 전폭 1930㎜, 전고 1365㎜다. 휠베이스는 2700㎜다. 국내 판매 가격은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5%를 포함해 1억6050만 원이다. 일반 AMG GT 43보다 1100만 원 높다.
- 힘이 부족하지는 않나?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하기 쉽다.
AMG GT 43에는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식 배기가스 터보차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는 특정 주행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추가 출력을 보탠다.
그러나 최고출력은 421마력, 최대토크는 51.0㎏·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280㎞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숫자가 몸으로 전달된다. 'AMG는 AMG구나, 스포츠카 디자인을 강하게 보여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닥으로 몸을 붙이고 달리는 차는 운전자의 배를 살살 울리면서 날렵하게 움직인다. 시내에서 가볍게 움직일 때는 비교적 얌전하지만, 운전자가 조금 더 깊게 밟는 순간 차의 태도가 달라진다.
물론 8기통 AMG의 굵고 묵직한 울림과는 성격이 다르다. 심장을 두드리는 저음보다는 회전수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중심이다. 4기통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게 만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운전 재미는 살아 있나?
GT 43의 매력은 차체를 움직이는 방식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GT 43는 뒷바퀴로 힘을 전달한다. 앞바퀴는 방향을 정하고 뒷바퀴는 차체를 밀어낸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앞머리가 비교적 가볍게 반응하고, 코너를 빠져나가며 가속페달을 밟으면 뒷부분이 차체를 앞으로 떠미는 감각이 전해진다.
운전자의 조작을 과하게 부풀리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 돌리면 조금 움직이고, 깊게 밟으면 그만큼 강하게 반응한다. 차가 운전자를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한다기보다 둘 사이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는 느낌이다.
론치 에디션에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노면 상태와 주행 상황에 따라 각 바퀴의 감쇠력을 개별적으로 조절한다. 차체를 단단하게 붙잡으면서도 바퀴 하나가 만난 충격을 차 전체로 무작정 퍼뜨리지 않으려 애쓴다.
다만 방지턱이나 깊게 파인 도로를 부드럽게 지워주는 차는 아니다. 낮은 차체와 단단한 세팅은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제법 솔직하게 전달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나는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완전히 감추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매 순간 긴장할 정도로 거칠지도 않다. 도로가 비교적 고른 구간에서는 차분하게 움직이며 고속으로 갈수록 차체가 낮게 가라앉는 안정감이 커진다. 과격함과 일상성 사이에서 한쪽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설정이다.

- 매일 타고 다닐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출발해 서울 도심과 경기도 용인을 오가며 출퇴근과 장거리 이동, 주차까지 일상에서 마주할 만한 상황을 직접 경험했다.
낮고 긴 차체에는 물론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눕고 구르는 듯 편한 자세로 차에 오르 내리는 나 자신을 보고 기쁘게 놀랄 수 있다.
AMG GT 43의 실내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1.9인치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가로형으로 넓게 펼쳐진 디스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시인성이 만족스러웠다. 국내형 차량에는 TMAP AUTO가 기본 적용됐다. 시승 중에는 갤럭시 Z 플립을 안드로이드 오토로 연결해 티맵과 네이버 지도, 유튜브 뮤직도 이용했다.
그리고 휴식, 활력 등 각기 다른 3가지 모드를 지닌 시트 마사지 기능을 활용하면서 저녁에는 기분에 따라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상과 조명 방식을 바꿨다.

특히 주차 보조 기능의 완성도가 높았다.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은 뒤 기능을 실행하자 넓은 차폭이 부담스러울 만큼 좁은 자리에도 빠르고 섬세하게 차를 넣었다. 음악, 마사지, 주차, 디스플레이. 노면에 붙어서 달리는 듯한 감각과 하부 긁힘 주의, 타고 내릴 때의 불편함 등을 약간 감내한다면 출퇴근용으로 데일리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다.
- ‘2+2 시트’와 트렁크, 유용한가?
쓸 수는 있다. 다만 기대치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AMG GT 43는 앞좌석 2개와 뒷좌석 2개를 갖춘 2+2 구조다. 뒷좌석은 성인 두 명이 장시간 편안하게 이동할 공간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사람이나 짐을 태우는 비상 공간에 가깝다.
앞좌석을 여유롭게 맞추면 뒷좌석의 무릎 공간은 빠듯해진다. 초등학생 아들이 뒷좌석에 앉아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다만 성인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공간은 최대 675L까지 늘어난다. 골프백이나 여행용 가방처럼 스포츠카에서 쉽게 포기해야 했던 짐도 실을 수 있다. 주말 여행과 장보기까지 한 대로 해결하려는 운전자에게는 꽤 중요한 장점이다.
AMG GT 43가 순수한 2인승 스포츠카 대신 2+2 구조와 넓은 해치형 트렁크를 선택한 이유가 이 대목에서 이해된다. 매일 탈 수 있다는 말은 승차감만 부드럽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과 짐을 태우며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가격 1억6050만원, 납득할 수 있나?
가볍게 답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론치 에디션은 일반 AMG GT 43보다 1100만 원 비싸다. 하이테크 실버 메탈릭 외장과 레드 페퍼·블랙 나파 가죽, AMG 나이트 패키지, 마누팍투어 블랙 크롬 트림,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등을 갖췄다.
무엇보다 국내에 10대만 판매된다. 희소성과 특별한 색상 조합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라면 추가 금액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한정판이라는 이름보다 순수한 성능과 가격만 따지는 사람에게는 일반 모델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421마력과 제로백 4.6초만 놓고 보면 더 저렴하거나 더 강력한 차를 찾을 수도 있다. 이 차의 가격에는 출력뿐 아니라 낮고 긴 GT의 비율, 붉은 나파 가죽으로 꾸민 실내, 후륜구동의 움직임, AMG라는 이름과 10대 한정이라는 희소성이 함께 들어 있다.
결국 숫자만으로 구매를 결정할 차는 아니다. 주차를 마친 뒤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지,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 최종평은?
AMG GT 43 론치 에디션은 편안함만 좇는 데일리카가 아니다. 낮은 시트와 넓은 차폭, 단단한 하체는 운전자에게 어느 정도의 적응을 요구한다. 8기통 AMG를 기대한 사람에게 4기통 엔진의 소리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타기 위해 스포츠카의 성격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았다. 421마력의 힘과 후륜구동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TMAP 내비게이션과 360도 카메라, 리어 액슬 스티어링, 2+2 시트와 최대 675L의 적재 공간을 챙겼다.
평일에는 출퇴근을 견디고 주말에는 운전 자체를 목적으로 길을 나설 수 있다. 편안한 승용차와 날카로운 스포츠카 사이에서 양쪽의 장점을 조금씩 가져온 것이 아니라, 스포츠카를 중심에 놓고 일상에 필요한 기능을 덧붙인 차다.
주말 동안 여러 차례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그때마다 ‘이제 충분히 탔다’는 생각보다 ‘조금만 더 달려볼까’라는 마음이 앞섰다.
운동을 끝낸 뒤 찾아오는 개운함처럼 마지막 운전을 마친 뒤에도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남았다. 몸은 차에서 내렸지만 마음은 아직 운전석에 있었다.
오늘의 운전 완료. ‘오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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