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필요"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동해안을 대표하는 장수 축제로 평가받아온 '울릉해변가요제'가 예년의 명성과 권위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비 7000만 원이 투입되는 대표적 지자체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규모와 프로그램, 참가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되면서 전통에 걸맞은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울릉청년단이 주관한 '제37회 울릉해변가요제'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저동항 특설무대에서 개최됐다.
주최 측은 개막 첫날 약 15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밝혔으나, 지역사회에서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울릉도를 방문한 관광객 유입 효과에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결승전과 불꽃놀이가 예정됐던 마지막 날에는 관람객 수가 첫날보다 대폭 감소하며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의 내실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 라이브 밴드 없이 반주기만을 활용해 경연이 진행되는 등 무대 구성의 허점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전국 단위 가요제라기보다 단순 지역 노래자랑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홍 속 '가수 인증서' 도입 무산
타 지자체 가요제와의 경쟁력 격차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3회를 맞은 영주 서천가요제는 전국 12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대한가수협회 공인 심사를 거쳐 최우수 수상자에게 가수 인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6회째를 맞은 포항해변전국가요제 역시 매년 150여 개 팀이 참가하며 대표적인 신인가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울릉해변가요제는 전국적인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고립된 지역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권위 회복을 위한 내부 혁신 시도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울릉청년단 창단 멤버와 지도회 측은 대한가수협회 공인 심사 도입 및 최우수상 수상자 대상 가수 인증서 수여를 추진, 울릉군과 군의회의 협조로 관련 예산 1000만 원 확보까지 타진했다. 그러나 현 청년단 집행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지도회 관계자는 "전국 가수 지망생들이 찾는 권위 있는 무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안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전통을 이어가는 것만큼 품격을 높이기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주민들 "규모·볼거리 크게 축소"…보조금 집행 감독 강화 목소리
주민들의 아쉬움도 깊다. 한 주민은 "과거 도동 해변공원에서 3일간 다양한 공연과 불꽃놀이가 펼쳐지던 시절과 달리, 장소가 저동으로 옮겨지고 기간도 이틀로 줄어들면서 볼거리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37년 전통을 가졌다면 전국적 브랜드로 키워야 하는데 해마다 위축되는 느낌"이라며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 제고를 촉구했다.
울릉해변가요제는 1988년 울릉청년단 창단과 함께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자선행사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군 보조금 없이 청년단원들의 회비와 독지가 후원으로 운영됐으며 이후 울릉도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로 성장했다.
초창기에는 당시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대규모 불꽃놀이를 민간단체 최초로 울릉도에서 선보이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청년단 초대·2대 단장을 지낸 조영삼 씨 등이 수개월간 관계 기관을 설득해 관련 규정을 바꿔가며 불꽃놀이를 성사시킨 일화는 지금도 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울릉청년단 지도회 관계자는 "어려웠던 시절 지역 청년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시작한 축제의 초심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전통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가요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운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군비가 투입되는 행사인 만큼 울릉군의 보조금 집행 적정성과 행사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도·감독도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전통이라는 이름만으로 축제의 가치가 유지되지는 않는다"며 "전문 심사 시스템 도입, 전국 단위 참가자 유치, 공연 콘텐츠 강화, 관광과 연계한 프로그램 확대 등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이 이뤄질 때 울릉해변가요제가 다시 동해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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