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 울릉도. 거친 파도와 잦은 기상 악화로 육지 대형병원까지 접근하는 데 수 시간이 걸리는 이곳에서 울릉군보건의료원은 단순한 지역 병원이 아니다.
주민과 관광객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섬 전체를 지탱하는 의료 안전망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단 몇 분의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 의료진은 응급처치와 동시에 해양경찰과 소방에 헬기와 경비함정 출동을 요청하고, 환자가 육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의료진이 직접 동행하며 응급처치를 이어간다.
섬 주민들에게 의료원은 곧 생명선이다. 1962년 설립된 울릉군보건의료원은 보건소와 병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복합 의료기관이다.
26일 울릉군보건의료원에 따르면 21개 병상을 갖춘 1차 의료기관으로 원장 1명, 봉직의 8명, 공중보건의 7명 등 총 16명의 의료진이 주민 9000여 명과 연간 4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 경찰과 군 장병의 건강까지 책임지고 있다.
의료원은 응급의료와 만성질환 관리, 감염병 대응, 방문보건, 예방접종 등 공공의료 전반을 수행하며 사실상 울릉도의 의료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다.
연간 약 5만 명이 의료원을 찾고 있으며,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관광객과 외부 방문객일 만큼 지역을 넘어 동해안 관광 안전망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전문 진료 확대…"이제 안과도 섬에서 진료받는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의료 취약지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의료진 확보에 지속적으로 힘써 왔다. 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안과, 피부과, 치과, 한방과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포항의료원 전문의가 매월 순회진료를 실시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의료진 부족으로 중단됐던 안과 진료를 재개하면서 주민들은 백내장과 안질환 진료를 받기 위해 육지까지 나가야 했던 불편을 크게 덜게 됐다.
이는 단순한 진료과목 확대가 아니라 '섬에서도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료 신뢰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울릉도 슈바이처' 김영헌 원장…주민 곁 지키는 의사
울릉군보건의료원의 중심에는 김영헌 원장이 있다. 외과 전문의인 김 원장은 1995년 공중보건의로 울릉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은 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의료원장을 맡았고, 2021년 다시 의료원장으로 부임하며 지금까지 섬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울릉도에서 의료봉사에 헌신한 기간은 모두 11년에 이른다. 김 원장의 진료는 병원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이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직접 가정을 찾아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약과 의료장비를 챙겨 방문진료를 실시한다.
폭설과 태풍으로 이동이 어려운 날에도 주민 건강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은 이미 울릉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주민들은 그를 두고 "의사가 아니라 가족 같다", "진정한 슈바이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응급환자 이송…해경·소방과 생명을 잇는 골든타임
울릉도 의료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응급환자 이송이다.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처럼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원은 즉시 응급처치와 함께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119소방본부에 헬기와 경비함정 출동을 요청한다.
기상 악화나 야간에도 응급이송 체계는 멈추지 않는다. 의료진은 헬기에 직접 탑승해 육지 병원인 강릉과 포항 등으로 이송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환자의 생체징후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이어간다.
이 같은 유기적인 공조체계는 의료원과 해경, 소방이 수년간 쌓아온 협업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의료원이 곧 울릉도의 경쟁력 울릉군보건의료원의 역할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의 보건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안심하고 울릉도를 찾을 수 있도록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가 더 이상 의료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료원의 가장 큰 목표다.
김영헌 원장은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수 의료진 확보와 진료환경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해경·소방 등 관계기관과 더욱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해 어떤 응급상황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의료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오늘도 섬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의료진의 헌신과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업이 이어지는 한, 울릉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섬이 아니라 가장 든든한 생명 안전망을 갖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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