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17년, 찬란했던 걸그룹 씨스타 활동을 마친 뒤 효린의 행보는 고집스럽게 깎아낸 솔로 아티스트의 길이다. 이후 9년이 지난 지금 그 길이 더 명확히 보인다.
효린이 지난 22일 미니 4집 'OriginaLyn(오리지널린)'을 발매했다. 미니 3집 'iCE(아이스)' 이후 4년 만의 앨범이다. 2017년 1인 기획사 설립 후 발표한 두 장의 미니 앨범 'SAY MY NAME(세이 마이 네임)'과 'iCE'가 그의 건재함을 알리는 '여름 축제'였다면, 'OriginaLyn(오리지널린)'은 4년의 담금질 끝에 자신의 뼈대를 완성한 단단한 선언이다.
홀로서기 후 기획부터 작사, 작곡, 전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내는 올라운더 아티스트로 거듭나며 앨범 발매 주기는 다소 길어졌다. 그러나 2011년부터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싱글 단위의 결과물을 꾸준히 발표하며 대중과 호흡해 왔고 자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OriginaLyn'에 다다랐다.
앨범명부터 아주 야심차다. 'Original'과 자신의 이름 'Lyn'을 결합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효린만의 음악과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드러낸다. 실제로 그 안을 채운 음악들은 시스템이 갖춰진 기획사의 안정적인 길보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음악적 존재감을 구축하는 가시밭길을 택하고 개척한 역량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효린은 무리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포장하기보다 본질적인 모습으로 회귀해 자유롭고 솔직한 에너지를 가득 채웠다. 특히 '2026년 버전 Y2K 팝'이라는 콘셉트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재의 감각을 잃지 않는 세련됨이 느껴진다. 그가 전곡 프로듀싱을 해 탄생시킨 곡들은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많은 이들이 효린을 '한국의 비욘세',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로 수식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고음을 내지르지 않아도 곡을 꽉 채우는 압도적인 여유다.
타이틀곡 'ChecK(체크)'는 효린의 보컬이 가진 쿨하고 세련된 매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강렬하고 트렌디한 비트 위에서 효린은 결코 보컬의 힘을 앞세워 무리하게 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워풀하면서도 여유롭게 리듬을 타며 게임의 주도권을 쥔 자의 여유를 청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한다. 아찔한 오픈힐을 신고도 흔들림 없이 여유로운 무대를 완성하는 그의 시각적 퍼포먼스가 오디오로 그대로 번역된 듯한 짜릿함이 있다.

수록곡 'What U Like(왓 유 라이크)'와 'OFFLINE(오프라인)'은 효린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인다. 'What U Like'는 담백하게 시작해 감각적인 그루브로 청자를 끌어당기며 흔들리는 감정을 위트 있게 밀고 당긴다. 'OFFLINE'에서는 세련된 리듬 위를 유영하듯 미끄러지는 보컬 라인을 통해 트렌디한 팝 트랙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지녔는지 증명한다.
알앤비 재즈 무드의 '맛있게 드세요'는 효린을 단순히 '가창력 좋은 댄스 가수'라는 수식 안에 가둘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효린의 깊이와 장르 소화력이 빛을 발한다.
이 곡에서 효린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다크하면서도 스모키한 음색을 전면에 내세운다. 화려한 기교 대신 악기 소리 사이사이에 끈적하게 스며드는 보컬 톤의 변화만으로 서늘한 서사와 복잡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표현한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목소리의 질감 자체를 바꿔버리는 섬세함은 효린의 가치를 또 한번 증명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앨범의 전곡을 진두지휘한 '프로듀서 효린'의 감각이다. 그는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2026년 버전 Y2K 팝'으로 정의했다. 최신 트렌드만을 좇거나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대중이 기대하는 '자유롭고 솔직한 에너지'를 영리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주조해냈다.
4년 만의 앨범이기에 그 변화와 진화도 더 극적이다. 전작 'iCE'는 타이틀곡 'NO THANKS(노 땡스)'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특유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과 파워풀한 가창력, 그리고 역동적이고 힙한 안무가 주를 이뤘다. '압도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이제 그 자리를 '정교한 그루브와 여유'그리고 '본질'로 채웠다.
17년이라는 묵직한 시간이 빚어낸 자신감과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효린을 대체하기 어려운 '오리지널 퀸'으로 만드는 본질이다. 강박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애쓰는 대신 가장 본질적인 자신의 무기를 한층 더 날카롭게 다듬은 결과물 'OriginaLyn'은 솔로 아티스트 효린의 2막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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