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합니다! 뒤로 가세요”…초진 뒤에도 끝나지 않은 인천 쿠팡 화재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7.21 16:26 / 수정: 2026.07.21 16:26
21일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
61시간 만에 큰불 잡혔지만 잔불 정리 계속…강풍에 외장재 낙하·완진 후 감식 예정
21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외장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천=오승혁 기자
21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외장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천=오승혁 기자

[더팩트|인천=오승혁 기자] "위험합니다! 뒤로 가세요."

급한 불은 잡혔지만 화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일 '오승혁의 현장'이 전날에 이어(“장마도 소용없나”…사흘째 이어진 인천 쿠팡 화재 ‘재난영화 방불’ [오승혁의 현장]) 다시 찾은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는 한층 차분해져 있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렸음에도 초진 소식이 없어 긴장감이 이어졌던 전날과 달리 현장에는 다소 여유가 느껴졌다. 화마와 싸우면서 뿌옇게 변한 소방차의 앞유리를 닦거나 호스를 정돈하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20일 오후 8시 무렵, 화재 발생 61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히면서 현장에는 안도감이 번졌다. 초진은 불길의 확산 가능성을 크게 낮춘 단계일 뿐 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뜻은 아니다.

21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드론을 조종하며 건물을 살피고 있다. /인천=오승혁 기자
21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드론을 조종하며 건물을 살피고 있다. /인천=오승혁 기자

크레인에 오른 소방대원은 드론을 띄워 건물 내부의 열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른 크레인에서는 외벽을 향해 소방용수를 방사했다. 건물 내부 온도와 구조물의 안전 상태를 살피며 외부에서 잔불을 정리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큰 불은 사라졌지만 전날에 비해 더 굵어진 빗방울과 거세진 바람은 현장의 안전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인천 서해구청은 주민들에게 "현재 호우 및 강풍에 따른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구조물 일부 낙하 위험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해당 구간 접근 및 통행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안내 문자가 발송된 뒤 현장 주변의 출입 통제 구역도 이전보다 확대됐다.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은 건물 외벽과 인접한 도로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우회 통행을 안내했다.

실제로 이날 취재 도중 불에 약해진 외장재 일부가 건물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화염은 보이지 않았지만 강풍과 폭우 속에서 외장재와 구조물이 추가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어 현장에는 긴장감이 이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 쿠팡 32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약 29만9300㎡로,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크기며 덕평물류센터보다 두 배가량 넓다. 과거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완진까지 130여 시간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화재도 완전히 진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국내 물류센터 화재 가운데 초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사례로 파악됐다. 기존 최장 기록은 2021년 6월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의 55시간이었다. 이번 화재는 이보다 약 6시간 더 지나서야 초진 단계에 들어갔다.

소방 당국은 대응 단계를 유지한 채 건물 내부의 열원을 확인하고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해 치료를 받았다. 화재 당시 물류센터 직원 등 121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물류센터 주변 100m 구간에 내려졌던 주민 대피 명령은 초진 약 3시간 만인 20일 오후 11시께 해제됐다.

불이 완전히 꺼진 뒤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에 나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을 중심으로 발화 지점과 확산 경로를 확인할 방침이다. /인천=오승혁 기자
불이 완전히 꺼진 뒤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에 나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을 중심으로 발화 지점과 확산 경로를 확인할 방침이다. /인천=오승혁 기자

잔불 정리가 끝나면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밝히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도 시작된다. 경찰은 35명 규모의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불이 완전히 꺼진 뒤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에 나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을 중심으로 발화 지점과 확산 경로를 확인할 방침이다.

소방시설 작동 여부와 초기 대응 과정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도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건물 피해 정도를 살펴볼 예정이다.

피해 규모를 두고 벌써부터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재로 소실된 건물과 내부 물품뿐 아니라 배송 차질과 일부 협력업체의 영업 손실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쿠팡이 약 34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한 데다 이번 물류센터의 연면적이 두 배가량 큰 만큼 피해 규모가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확한 피해액은 완진 이후 건물 안전 진단과 내부 물품 조사, 영업 차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산정할 수 있다.

전날의 현장이 검은 연기와 거센 물줄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소방 인력으로 가득한 재난 현장이었다면 이날은 긴박함이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잔불 정리와 안전 확보가 이어지는 수습 현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불이 완전히 꺼진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화재 원인 조사와 건물 안전 진단, 잔해 철거, 피해 산정과 주변 정비까지 수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화재가 남긴 흔적을 지우는 일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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