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아픔이 담긴 청춘에서 확신에 찬 청춘으로 자라났고, 서정적인 감성은 직관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절제하지 않는 보이그룹 아홉(AHOF)의 매력은 더 선명하다.
아홉(스티븐 서정우 차웅기 장슈아이보 박한 제이엘 박주원 즈언 다이스케)이 지난 8일 미니 3집 'RUN TO YOU(런 투 유)'를 발매했다. 8개월이라는 긴 공백기 끝에 내놓는 신보다. 지난해 7월 데뷔 앨범 'WHO WE ARE(후 위 아)'와 11월 미니 2집 'The Passage(더 패시지)'를 통해 내면의 성장통과 서정적인 감성을 노래했던 이들은 신보를 통해 180도 달라진 '직진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데뷔 1주년을 막 지난 아홉이 지나 온 길은 '청춘 서사'다. 불안과 연대를 노래한 'WHO WE ARE'로 '불완전한 청춘'의 시작을 알렸고 진심과 성장통을 담은 'The Passage'를 통해 '과정으로서의 청춘'을 얘기했다. 신보 'RUN TO YOU'에서 아홉은 직진과 확신을 드러내고 이는 곧 새롭게 시작할 '청춘의 찬란 질주'다.
보이그룹에게서 강렬함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찬 자신감과 패기를 앞세우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팀은 많다. 아홉의 시작은 결이 좀 달랐다.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친 아홉 명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불완전함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전형적인 '소년상'의 틀을 깼다. 'WHO WE ARE'는 불안과 연대에 무게를 뒀고 상처를 꺼내놓는 진정성이 돋보였다.
타이틀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는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 위로 시련과 불안을 투영했다. 멤버들이 겪었던 실패와 낯선 세상 속의 외로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대중의 공감을 샀다. "우리라는 의미가 미완성일지 몰라도 함께란 걸 알아"라는 가사처럼 이들은 완벽함으로 포장하기보다 서로에게 기대어 일어서는 '연대'를 강조했다. 퍼포먼스 역시 화려함보다는 절제와 여백을 택해 소년들의 흔들리는 감정을 무대 위에 시각화했다.
4개월 만에 발매한 미니 2집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통로(Passage)'에서의 혼란을 다뤘다. 아홉은 이 시기를 동화 '피노키오'의 서사에 빗대어 표현했다. 타이틀곡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싫어해'는 전작의 밴드 사운드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감정의 변주를 더했다.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피노키오처럼 불안과 흔들림 속에서도 '진심'만은 잃지 않겠다는 본인들만의 정체성을 굳혔다.

이후 행보 역시 다른 그룹들과는 좀 달랐다. 쉼없이 몰아쳐야 할 시기에 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그래서 'RUN TO YOU'에 담은 직관적인 음악과 메시지가 더 극적이다.
앨범 수록곡의 제목부터 변화가 뚜렷하다. 타이틀곡 'RUN TO YOU'를 비롯해 'JUST SAY YES(저스트 세이 예스)', '그냥 너라서 그래' 등 복잡한 설명이나 비유를 걷어내고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곧장 건넨다. 이제 아홉은 감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빙 둘러 말하는 대신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곧장 건넨다. 한 사람을 향한 방향을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새긴다.
"혹시 길을 잃는다면 날 불러줄래"('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너에게만은 솔직하고 싶어"('피노키오는 거짓말을 싫어해')와 같은 조심스러운 자세는 "재지 않고, 내일의 너에게 먼저 갈게"('RUN TO YOU')처럼 좀 더 적극적인 태도가 됐다.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모습은 아홉이라는 팀이 내면적으로 단단해졌음을, 멤버들 스스로 확신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그런 마음과 메시지를 담아낸 음악 역시 변화가 뚜렷하다. 청량한 신스팝 기반의 타이틀곡 'RUN TO YOU'는 필두로 선공개곡 'Sugar High(수가 하이)'에서는 브라질 퐁크(Phonk) 사운드를 도입해 하이텐션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전의 서정적이고 절제된 모습에서 벗어나 한층 여유롭고 남성적인 매력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전작들과 달리 전반적으로 텐션이 높고 역동적이다.
아홉이 지금까지 발매한 3장의 앨범은 단순한 콘셉트의 나열이 아니다. 넘어지고 방황하고 마침내 확신을 얻어 달려나가는 실제 청춘의 타임라인을 고스란히 밟아가고 있다. 과거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서로의 손을 잡았던 소년들은 이제 대중과 팬덤 포하(FOHA)의 손을 직접 이끌고 질주할 만큼 단단해졌다. 'RUN TO YOU'는 앞선 두 앨범으로 쌓아온 서사 위에서 비로소 만개한 '아홉의 확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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