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판매량의 이면③]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집계사의 시선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7.15 00:00 / 수정: 2026.07.15 00:00
2026년 상반기 발매된 앨범 종수 역대급으로 많아
대형 아티스트 컴백과 겹치며 역대 판매량 경신
파이 확대 기회 잡아야
음반 집계사 한터차트의 곽영호 대표는 K팝 아티스트의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중소 기획사가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 리센느를 꼽았다./거제시
음반 집계사 한터차트의 곽영호 대표는 K팝 아티스트의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중소 기획사가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 리센느를 꼽았다./거제시

2026년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이 4953만 장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유일하게 연간 총 판매량 1억 장을 넘긴 2023년(4617만 장)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음악 제작자들은 '역대급으로 앨범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앨범 제작자, 유통업체, 집계사를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엔터 테크 기업 한터글로벌이 운영하는 한터차트는 써클차트와 함께 국내에서 둘 뿐인 음반 집계 기관이다. 특히 한터차트는 실시간 집계 시스템을 구축해 흔히 '초동 판매량(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이라고 부르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다.

이처럼 음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지켜보는 한터차트에서 설명한 2026년 상반기 음반 판매량 증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만큼 많은 아티스트가 앨범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앨범이 다양한 버전으로 발매되는 K팝 음반의 특성상 정확한 발매 종수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연간 앨범 판매량 최고치(1억 330만 장)를 달성한 2023년은 상반기에 약 350종의 앨범이 발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26년 상반기에 발매된 앨범은 약 410종에 달한다. 대형 아티스트의 연이은 컴백과 60개 정도 늘어난 앨범 수로 인해 2023년을 능가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한터글로벌 곽영호 대표는 "K팝 음반 시장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있지만 일단 아티스트가 많다.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고 중소 기획사 소속 그룹도 수가 계속 늘다 보니 티끌 모아 태산이 됐다"며 "여기에 인기 그룹 중에서 유닛이나 솔로를 내는 경우도 늘었다. 이 역시 음반 판매량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수가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도 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현재 K팝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지게 됐다. 즉 그룹이 많아진 만큼 예전보다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었다는 뜻이다.

곽 대표는 "상대적으로 해외 K팝 팬은 여러 그룹을 다양하게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동시에 여러 그룹이 앨범을 내게 되면 결국 소비의 한계가 발생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며 "상반기에는 대형 아티스트의 컴백이 많아지면서 이런 쏠림 현상이 더 심화했다"고 밝혔다.

한터차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며 초동 판매량(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K팝 시장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봤다./한터차트 홈페이지 캡처
한터차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며 초동 판매량(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K팝 시장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봤다./한터차트 홈페이지 캡처

경쟁의 심화는 소외당하는 아티스트를 늘어나게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K팝 음반 시장의 전체 파이도 키웠다. 곽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에서도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봤다.

곽 대표는 "중소 기획사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더 나은 콘텐츠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예를 들어 리센느(RESCENE)는 자기 매력을 잘 드러낸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결국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입지가 높아지면 매출 발생도 다양해지고 모든 게 상승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한 노력에 정답은 없다. 각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다르고 각자의 매력이 다르니까 그렇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노력이 무엇인지 찾아서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 대표의 말은 몇몇 음악 제작자와 벤더사에서 지적한 '완성도 부족'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결국 앨범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벤더사의 주문량 감소'에서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곽 대표는 "예를 들어 미국 월마트에서 앨범을 판매하는 것이나 벤더사가 앨범을 판매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벤더사는 그저 2차 판매점이고 수요에 따라 공급을 정할 뿐이다"라며 "수요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찾는 물량도 늘어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K-커넥트 코너를 통해 K팝 앨범은 물론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K팝 음반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점점 늘고 있다./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대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K-커넥트' 코너를 통해 K팝 앨범은 물론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K팝 음반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점점 늘고 있다./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집계사의 시선으로 볼 때 현재 K팝 음반 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다.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졌고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무신사나 올리브영 같은 등 대형 기업까지 K팝 음반 판매에 뛰어들면서 K팝을 접하는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며 "음반 시장은 죽지 않았고 기회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제작자와 유통사, 집계사까지 모두 중소 기획사의 음반 판매량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세 곳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음반 제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K팝 시장의 성장에 걸맞은 적절한 시스템과 전문성, 미래 비전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 돌아봐야 할 시기다. <끝>

[음반 판매량의 이면①] 음반 판매량으로 힘든 건 중소 기획사뿐?

[음반 판매량의 이면②] 'K팝 앨범 판매의 중심' 2차 유통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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