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 안에 곡의 성패가 판가름나는 가요계에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강력한 팬덤이 있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입소문(알고리즘)을 통한 확산이 관건이다. 확산, 즉 바이럴이 되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한데 지난 10여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그 과정을 되짚고 현재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이 노랜 도배될 거야 네 피드에/그때 날 마주한다면 꼭 click(클릭)해".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가 자신들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지난 6월 8일 공개한 신곡 'VIRAL(바이럴)'의 가사 일부다. 이 곡에 담은 멤버들의 마음과 그걸 직관적으로 표현한 가사는 최근 가요계에서 히트곡이 탄생하는 방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바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산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시청·검색 기록과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타야 한다. 그래야 "이 노랜 도배될 거야 네 피드에"라는 가사처럼 다수에게 자주 노출이 되고 이는 화제성과 음원 차트의 성적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알고리즘은 입소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바이럴 마케팅은 그 알고리즘을 타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곡과 무대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시작이다.
제작자들은 1~2년 전부터 곡의 재생 시간을 3분 이내로 줄였다. 이는 반복 재생을 통한 스트리밍 횟수를 늘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속된 말로 '짧고 굵게' 만들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산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최근엔 숏폼 배경음악으로 쓰이길 기다리기보다 아예 최적화된 구간을 만들어 넣으려는 시도도 많이 이뤄지는 추세다.
안무도 마찬가지다. 아이돌그룹이 신곡을 낼 때 빠지지 않는 게 포인트 안무다. 이는 곧 댄스 챌린지에 쓰일 안무와 동일시된다. 거의 모든 아이돌 가수는 곡 발표 전부터 동료 연예인들과 챌린지를 찍어 곡 발표 전후로 쉼없이 공개한다. 가수들끼리는 '품앗이'를 하고, 본 무대의 소위 '빡센' 안무에서 난이도를 낮춘 챌린지 버전까지 준비한다.
이런 장치는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함이다. 물량공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어느 정도는 확산시킬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알고리즘을 타면서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동반돼야 재생산과 재확산이 이뤄지고 화제성이 지속된다. 그게 음악일 수도, 안무일 수도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 A 씨는 "챌린지는 컴백할 때 기본값이 됐다. 인플루언서나 동료 연예인들과 최대한 많이 찍어서 공개하는 건 결국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행 과제다. 진짜 독특하거나 재미있으면 모를까, 유명인들이 선발대로 먼저 해야 '나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그래야 확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페드 업(Sped-up)' 버전 음원을 따로 공개하는 것도 자발적인 콘텐츠 생성을 유도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과거에는 유저들이 임의로 노래 속도를 높이거나 편집해서 사용했다면, 이제 기획사들은 숏폼에서 유행하기 좋은 '스페드 업'이나 '리믹스(Remix)' 버전을 정식 음원으로 발매해 챌린지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챌린지가 보편화돼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잘 기획된 챌린지의 파급력은 여전히 매우 크다. 최예나의 '캐치 캐치'가 대표적이다.
최예나는 '예나 코어'라 불리는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구축했고 그 빛을 발한 게 '캐치 캐치'다. 콘셉트, 음악, 표현력과 딱 맞아 떨어진 이 곡의 포인트 안무는 열풍을 일으켰고 곡의 인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가수 겸 배우 이준의 챌린지가 기름을 부었고, 이준의 챌린지를 따라하는 콘텐츠까지 인기를 끄는 등 재생산과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음악과 안무가 아니어도 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걸그룹 리센느는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는 팀이다.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또 다른 멤버 미나미가 갸루 콘셉트로 경남 거제(원이의 고향)를 언급하며 외친 일본식 인사 "거제 야호~"가 숏폼 알고리즘을 타고 거대한 밈으로 자리잡았다.
이 밈의 확산과 화제성은 리센느가 2년여 전인 2024년 8월 발매한 'LOVE ATTACK(러브 어택)'의 음원 차트 역주행을 이끌었다. 이 곡은 음원차트 톱5까지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과거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먼저 내세워 팬덤을 모았다면 이제는 유튜브 자체 콘텐츠나 숏폼을 통해 멤버의 개성, 유머, 매력을 밈으로 만들어 '대중적 호감도'를 먼저 쌓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대중이 캐릭터에 빠져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본업인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 '역방향 유입'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획사 대표 C 씨는 "대형 기획사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팬 플랫폼, 자체 예능, 글로벌 프로모션을 패키지로 가동할 때 중소 아이돌이 음악 방송이나 정통 매체만으로 시선을 끌기는 매우 어렵다. 숏폼과 알고리즘의 파급력을 활용해 눈도장을 찍는 방식이 자본과 인지도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돌파구다"라고 전했다.
그 돌파구 가운데 요즘 각광받는 건 '인스타그램 숏폼 매거진'이다.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매할 때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면 행사가 끝난 뒤 매거진 영상 인터뷰 시간을 따로 배정할 정도다. 여러 업계 관계자는 "돈을 쓰는 광고 형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생 바이럴'을 유도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여러 언론사에서 만든 숏폼 매거진도 있지만, 홍보 대행사나 각 기획사에서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다. 여러 콘텐츠를 올리면서 자사 소속 가수들의 게시물을 하나씩 섞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끔 한다. 숏폼 매거진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바이럴을 노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생 바이럴의 파급력이 압도적이다 보니 기획사들이 돈을 써놓고도 마치 대중이 스스로 발견한 것처럼 자생 바이럴을 위장한 '기획형 바이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냄새가 나면 "억지 밈 강요하지 마라"며 오히려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대중의 촉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C 씨는 "레거시 미디어부터 뉴 미디어까지 플랫폼이 너무나 많다. 그걸 다 챙기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소규모 기획사는 감당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서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즐기고 재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 됐다. 대중이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밈'이나 '서사'가 결합될 때 자생 바이럴이 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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