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 안에 곡의 성패가 판가름나는 가요계에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강력한 팬덤이 있다면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마케팅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입소문을 통한 확산이 관건이다. 확산, 즉 바이럴이 되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한데 지난 10여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그 과정을 되짚고 현재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가요계에서 바이럴은 곡이나 가수가 바이러스처럼 자연스럽게 널리 퍼지는 것을 말한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은 그걸 겨냥한 홍보 방식이다. 여기서 구분할 것이 기획사나 마케팅 대행사의 개입 없이, 대중이 스스로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행시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자생 바이럴'이다. 방식이야 어떻든 핵심은 '입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곡이 탄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고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그 형태와 속도, 범위가 달라졌다. 2010년대 걸그룹 EXID '위아래'의 '역주행 신화'를 탄생시킨 '직캠의 시대'가 있었고, 2020년대엔 지코의 '아무노래'가 촉발한 '댄스 챌린지'와 숏폼에 최적화된 '스페드 업(Sped-up)' 음원이 있다.
바이럴 마케팅은 201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직캠의 시대다.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너만 들려주는 음악' 같은 거대 페이스북 음악 페이지나 유튜브가 주요 바이럴 통로였다. 곡을 발표하면 음악방송에 출연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도록 해 곡을 알리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계기다.
EXID가 2014년 발매한 '위아래'는 직후에는 큰 반응이 없었으나, 한 팬이 찍은 멤버 하니의 유튜브 '직캠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폭발적으로 공유되면서 음악 방송 1위까지 차지했다. 이는 바이럴의 원조 격인 사례다. 또 2017년 윤종신의 '좋니'가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이나 유튜브 세로 라이브 콘텐츠를 통해 알려지면서 메가 히트했다.

처음엔 방송에 나갈 자본이 부족한 인디 가수나 무명 아이돌들이 이 채널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차트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주행' 신화가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형 기획사들까지 뛰어들면서 이 채널들은 점차 상업화됐고 여러 채널에 동시다발적인 물량 공세가 관건이 됐다. 돈을 쓴 만큼 효과를 거두는 방향으로 변질된 것.
상황이 그렇다 보니 2018년을 기점으로 가요계에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매우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게 됐다. 인지도가 거의 없는 가수의 곡이 거대 팬덤을 가진 아이돌의 신곡을 제치고 새벽 시간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연달아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소속사들은 "불법 사재기가 아니라 페이스북 타깃형 광고를 이용한 정당한 바이럴 마케팅의 결과"라고 주장했지만, 대중은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이용한 조작으로 의심했다. 더불어 인위적인 마케팅을 자연발생 입소문으로 포장한 방식도 비판받았다. 이후 한동안 '바이럴 마케팅'은 음원 사재기의 동의어처럼 쓰이게 됐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이럴 마케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중의 입소문을 타기 위한 홍보 방식이고 그 형태가 기술의 발전 및 트렌드와 맞물려 변화해 온 것이다.
직캠 바이럴은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발표한 '롤린'이 4년이 더 지난 2021년 군부대 위문 공연 영상이 확산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 즈음 가요계에는 또 다른 마케팅이 광풍처럼 불었다. 지코가 2020년 발표한 '아무노래'가 댄스 챌린지 열풍을 타고 메가 히트를 한 게 계기다. 이후 서서히 댄스 챌린지를 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늘어나더니 2021년을 지나면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가수들이 의례 다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댄스 챌린지는 바이럴 마케팅의 흐름을 바꿔놨다. 마침 숏폼의 시대가 열리면서 가수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너도나도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고, 바이럴이란 단어 자체에 대한 인식이 다시 건강하고 파급력 있는 놀이 문화로 뒤바뀌었다. 동시에 그 형태도 다양해졌고 재생산이 일반화되면서 주도권도 소비자에게로 넘어갔다.
숏폼은 또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바로 곡을 빠르게 바꾼 '스페드 업' 버전 음원 출시다. 2023년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곡 'Cupid(큐피드)'의 템포를 빠르게 한 버전이 글로벌 틱톡커 사이에서 배경 음악으로 유행하며 바이럴을 탔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장기 진입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 계기다.
숏폼에서 자주 사용되는 곡이 메가 히트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기획사들은 정식 음원 출시와 더불어 아예 스페드 업 버전을 같이 공개해 바이럴 효과를 높인다. 이는 이중 효과가 있다. 이전까지 유저들이 임의로 속도를 올려 조회수 수익이 애매한 경우가 많았는데, 정식 음원으로 등록하면 스트리밍 인접권 수입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
이처럼 가요계의 바이럴은 그 의미와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음악 팬들과 대중은 발표 곡들을 수동적으로 즐기는 형태에서 능동적으로 즐기며 재생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각 기획사들은 곡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이제 그 즐길 만한 요소들을 잘 짚어 곡과 무대 안에 심는 것이 마케팅의 주요 과제가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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