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싱어송라이터 김승주는 '곱씹어보는 맛'이 있는 뮤지션이다.
그가 전하는 멜로디와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가사 안에 담긴 스토리와 곡과 각 트랙의 전개 방식, 심지어 커버 이미지까지 하나의 앨범에 다양한 즐길 거리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의미 없는 이스터에그(제작자가 장난삼아 숨겨둔 기능)나 맥거핀(서사를 진행하는 동기는 되지만 그 자체는 의미가 없는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을 전제'로 의도적으로 숨겨둔 비밀 보상에 가깝다.
이 김승주가 29일 발매하는 첫 정규앨범 '미완성바이러스'는 이런 '곱씹어보는 맛'을 집대성한 앨범과도 같다. 앨범명과 트랙부터 그렇다.
김승주는 당초 '미완성바이러스'에 12곡을 수록하려 했으나 12번째 트랙이 처음 정한 기획의도에 부합하지 못하자 고심 끝에 이를 제외하고 11개 트랙으로 앨범을 마무리했다. 그것이 '미완성'이라는 주제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식으로 '미완성바이러스'에는 수많은 '미완성'들이 각 트랙에, 멜로디에, 사운드에, 가사에, 곡의 구성에, 커버 이미지에 켜켜이 담겨있다.
<더팩트>는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김승주와 만나 미완성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완성한 '미완성바이러스'의 작업기를 들어봤다.
일단 '미완성바이러스'는 '불행의 역사', '일기장', '구시가지로'의 트리플 타이틀곡과 함께 '미완성바이러스', '음악실격', '신시가지로', '오진', 'BECF BBF3 BAED', '유년의 백신', '임시동맹', '난로'까지 총 11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트리플 타이틀곡을 내세운 이유는 단순히 곡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미완성바이러스'는 1번부터 4번 트랙까지 '바이러스', 5번부터 8번 트랙까지 '백신', 9번부터 11번 트랙까지 '소강'으로 각각의 챕터가 나뉘어 있으며 3개의 타이틀곡은 각 챕터를 대표하는 곡이다.
김승주는 "각 타이틀곡은 가사나 사운드에 차이를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챕터 타이틀곡 '불행의 역사'는 기타에 퍼즈(Fuzz, 소리를 찌그러트리고 왜곡시키는 효과) 이펙터를 많이 사용했다"며 "병에 걸리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몸이 아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것을 퍼즈로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트랙마다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김승주는 단순히 사운드의 차이를 두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의도적인 미완성'을 곳곳에 숨겨뒀다.
'불행의 역사'와 '일기장'은 어쿠스틱보다 풀 밴드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어떻게 보면 이 역시 '미완성'의 연속이다.
김승주는 "밴드 사운드는 '소년만화上(상)'부터는 많이 시도했는데, 나는 '밴드 사운드'지 '밴드'가 아니다. 밴드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밴드 같은 음악'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라인이 아니라 마이크로 녹음하는 등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더 세세하게 살펴보면 '미완성바이러스'에는 이런 '의도적인 미완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담겨 있다.
김승주는 "'일기장'은 내가 절대 사용하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코드 진행을 억지로 사용했다. 또 아웃트로는 리듬의 합이 잘 안 맞는데 일부러 그대로 뒀다. 'BECF BBF3 BAED' 는 완성형 한글코드로 '앙상블'이라는 뜻이다"라며 "이런 식으로 트랙마다 스스로 제약을 뒀고, 내가 설명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김승주가 이런 번거로운 작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이번 '미완성바이러스'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있다.
그는 "내가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결핍이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음악으로 설득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미완성이라고 드러냈는데 듣는 사람은 미완성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고 앨범에 담은 의도를 밝혔다.

김승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바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그림과 텍스트로 된) 만화다.
유명한 만화광인 김승주는 그동안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이미지나 요소를 앨범에 담아왔으나, 이번 '미완성바이러스'에서는 이를 정하지 않았다.
김승주는 "특정 만화에서 영감을 받거나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만화를 좋아하는 나'에게서 영감을 받은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억지로 만화에서 얻은 영감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전적인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자전적 이야기'다 보니 김승주라는 인물에 내재한 이미지가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미완성바이러스'가 '아이 엠 어 히어로'나 '피안도'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만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자 김승주는 "맞다. 둘 다 좋아하는 만화다. 아무래도 내가 만화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미완성바이러스'는 김승주가 의도적으로 '미완성'으로 남겨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뚜껑을 덮고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 이 앨범은 어쨌든 '미완성'이 아니라 '완성품'이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김승주도 모르지 않았다. 김승주는 "사실 나도 앨범은 완성했으니까 미완성이 아니라는 착각이 스치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앨범 마지막 챕터는 '소멸'이 아니라 '소강'이다. 결국 또 그 순간을 올 것이고 그때 다시 꺼낼 수 있는 앨범었으면 했다. 그래서 마지막 트랙에서 1번 트랙으로 돌아오는 구간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며 "(반복되는 과정에서) 완성이라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미완성 앨범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상당히 철학적이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때문에 '소년의 왕'이라고 불리는 김승주가 어른이 됐는지 묻자 그는 제법 오랜 시간을 들려 고민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김승주는 "어른으로 넘어가겠다고 설정하거나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만약 그렇게 느꼈다면 사춘기 정도일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흔히 사춘기를 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소년왕의 질풍노도'를 담은 '미완성바이러스'가 과연 어떻게 '완성'됐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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