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광주=최치봉 기자] 광주시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선친으로부터 논과 밭 3000평을 상속받았다. A 씨는 그 땅을 놀릴 수 없어 농지가 있는 마을 주민에게 임대해 현재 농사를 짓는 중이다. A 씨는 실제 경작자가 아니라서 정부가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농지를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차계약을 해야하는지, 사적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관계 기관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그대로 놔둘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분하지 않을 경우 중과세를 피하기 어렵거나 강제이행금 등으로 농지를 빼앗긴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례는 농지를 처분하지 않아도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은 아니다. 다만, 농지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엔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8년 이상 자경농과 1996년 이전 취득한 농지에만 적용되는 매매시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은 아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상속받은 땅을 농지은행 등을 통해 임대하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정부의 전수조사에 발맞춰 다음 달 말까지 관내 농지 8150ha에 대한 기본 현황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기본 조사는 1996년 이후 소유자가 바뀐 농지 등을 대상으로 전산 데이터상 오류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어 8~12월 진행되는 심층조사에서는 실 경작자와 소유자의 관계, 구두 임대차 계약 여부, 서류에 신고된 농작물 재배 여부 등을 가려낸다. 드론까지 띄워서 면밀히 조사한다.
심층조사를 토대로 내년부터는 오랫동안 방치해 황무지로 변한 농지 등을 가려낸다. 이런 땅에 대해서는 처분명령을 내리고, 불응할 경우 매년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농지대장 기록 등을 통해 임대차를 공시하지 않거나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두 임대 등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농지가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투기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수도권 농지,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 등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가가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농지법도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군수 등이 6개월 내로 농지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소유자가 농지를 농업 경영에 이용할 경우 3년간 유예기간을 주도록 돼 있어 사실상 처분 명령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지법상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상속 농지,이농 농지,1996년 1월 1일 이전 취득 농지등에 대해서는 개인간 임대차 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 임대가 가능하다.
정부는 내년까지 전국 농지 195만여ha에 대한 전수조사를 편다. 올해는 1996년 이후 소유권이 변경된 115만ha, 내년엔 그 이전 취득 농지 80만ha를 조사해 전체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현장 점검에서 투기성으로 적발된 농지는 유형별로 행정처분이나 계도를 실시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 투기성 농지는 적발시 유예 없이 처분 명령이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는 비농업인들이 농지를 소유해 음성적 임대차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 여러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농지가 제 목적대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 투기 문제를 지적하며 전수조사와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