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XX 맞냐? 바지 내려봐"…18일 차 접어든 올공 집회의 '촌극'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6.22 20:39 / 수정: 2026.06.22 20:39
22일 10번째로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 찾아
패싸움 직전까지 올라온 갈등 수위, 경찰 투입에 겨우 중단
22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을 10번째로 찾았다. 집회 참가자들과 유튜버들 사이에 몸싸움과 폭언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집회 장기화와 더위, 폭우, 벌레 등 싸울 상대들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화가 차오르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22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을 10번째로 찾았다. 집회 참가자들과 유튜버들 사이에 몸싸움과 폭언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집회 장기화와 더위, 폭우, 벌레 등 싸울 상대들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화가 차오르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너 그러다 천벌 받아!" "빨갱이는 꺼져라!" "민주당 첩자들은 선동질 하지 마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세 번째 월요일과 함께 18일 차로 접어들었다. 이날 서울지하철 5호선,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연신 인사하는 이들이 '국회 해산' 촉구 대국민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22일 낮 서울 올림픽공원은 3차례의 주말을 겪으면서 늘어난 텐트, 플래카드와 같이 서로 얼굴을 익힌 이들의 인사가 더러 들리는 모습이었다.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모인 500여 명의 시민들은 반가움을 표하며 익숙하게 물 등을 챙긴 뒤 자리를 잡고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이 열 번에 걸쳐 찾은 올림픽공원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부르는 애국가와 "주여!"를 외치며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주소서!"라고 기도하고 방언하는 개신교 신자들이 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소리를 "너 그러다 천벌 받아!" "네가 먼저 시비 걸어서 난리 치는 거잖아!"라는 외침이 덮었다. 한 유튜버가 핸드볼경기장 게이트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시비가 붙었다.

이 다툼은 곧 집회 현장에 매일 얼굴을 비추는 유튜버와 이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패싸움처럼 번졌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너 XX 맞냐?" "바지 내리고 인증 해봐라!" 등의 원색적인 외모 비판과 "빨갱이는 꺼져라"는 정치적 편 가르기가 계속 오갔다.

이들의 갈등에 현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툼을 보던 시민들 중 일부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별걸 다 보네"라고 한숨을 쉬거나 "같은 우파라면서 왜 서로 싸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싸움이 계속 이어지자 한 참가자는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게 바로 경찰과 언론이 바라는 그림입니다"라며 "이러다 우리 집회 자체를 해체당한다"고 목청을 높여 사람들을 말렸다.

결국 경찰 인력들이 대거 투입돼 양측을 강제로 분리하면서 육탄전은 무마됐지만, 서로를 향한 핏대 선 눈빛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올림픽공원 집회는 이미 완연한 '장기 고착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아이스박스에서 생수를 꺼내며 "물이 덜 시원하네"라고 이야기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세상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소란이 일기 직전까지만 해도 현장에 남은 고정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낯을 익히며 스스럼없이 수다를 떠는 등 하나의 거대한 '상설 사랑방' 같은 기묘한 친밀함을 공유하고 있었다.

22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22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이날 낮 집회 현장의 대다수는 중장년층이었다. 2030 세대들은 재선거를 집중적으로 요구하며 별도의 시위를 열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의 청년 단체 ‘BOSS 홍대’는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재선거 요구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단단한 결속력은, 역설적으로 진영 내부의 이권 다툼과 외부의 작은 도발에도 쉽게 폭발하는 화약고가 됐다. 일상이 된 대치 속에서 더위, 폭우, 벌레 등에 고통 받는 집회 참가자들은 지금 서로가 서로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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