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8년 전, 배우 신예은의 첫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웹드라마 '에이틴'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그는 도하나라는 인물을 통해 단숨에 10대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도도하고 시크해 보이지만 다정함을 품고 있던 도하나는 많은 배우 지망생에게 '제2의 도하나'를 꿈꾸게 만들었고 웹드라마라는 장르를 대중화한 상징적인 캐릭터가 됐다.
'에이틴'의 얼굴이었던 신예은은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그간 '청춘스타'라는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악역, 시대극, 휴먼 로맨스 등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혀온 신예은이다. 그리고 '에이틴' 속 똑단발 도하나와 꼭 닮은 '닥터 섬보이' 육하리는 신예은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신예은은 현재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극본 김지수, 연출 이명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닥터 섬보이'는 모두가 기피하는 악명 높은 섬 편동도에 입도한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이재욱 분)와 비밀 많은 간호사 육하리(신예은 분)가 그리는 메디컬 휴먼 로맨스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하는 '닥터 섬보이'는 반환점을 돈 현재 안정적인 흥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첫 회부터 ENA 월화드라마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인 4.0%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작품은 이후 꾸준히 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상승세는 아니지만 초반에 붙잡은 시청자들을 이탈시키지 않고 끌고 가며 작품의 저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이 흐름이 신예은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사실 그간 신예은에게는 온전히 자신의 이름이 전면에 놓인 '흥행 대표작'이 아직 애매하다는 아쉬운 평가가 줄곧 따라다녔다. 출연한 흥행작 중 확실하게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의 과거 서사였고 '정년이'도 김태리의 서사 위주로 흘러가는 작품이었다. '백번의 추억' 역시 극의 무게 중심은 김다미에게 조금 더 실려 있었다.
그렇기에 '닥터 섬보이'의 안정적인 성적은 신예은에게 단순한 출연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요 서사를 책임지는 메인 배우로 설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서 육하리는 신예은이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신예은이 맡은 육하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남모를 비밀과 상처를 품고 편동도로 돌아온 인물이다. 육하리는 밝고 당차지만 마냥 가볍지 않고, 엉뚱하지만 허술하지만은 않은 양면성이 짙은 캐릭터다. 신예은은 특유의 에너지로 육하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신예은은 육하리에 대해 "사랑스러움이 나와 닮았다"고 소개했다. 사실 이런 표현은 배우들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때 으레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신예은의 말에는 유난히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매 순간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있다.
극 중 육하리를 관통하는 단어는 '꽃뱀'이다. 과거 몇몇 의사와 연애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공보의(공중보건의사)들 사이에 퍼진 소문이다. 자칫 캐릭터를 비호감으로 만들 수 있는 설정이지만 신예은은 이를 뻔뻔하면서도 사랑스럽게 풀어낸다.
자신에 대한 소문을 신경 쓰던 도지의에게 "물 생각 없으니 쫄지 마요"라며 차갑게 반응하던 육하리는 이후 키스신과 함께 "물었어요. 그럼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며 달라진 감정을 드러낸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신예은은 특유의 분위기로 이를 능청스럽고 귀엽게 살려내며 육하리만의 매력을 완성한다.

사실 육하리는 단순히 밝고 귀엽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다. 대학병원에서 겪은 직장 내 괴롭힘과 숨기고 있던 가족사는 그에게 오래된 아픔이자 내면의 상처다. 신예은은 통통 튀는 로맨스와 내면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렸다.
여기에 '닥터 섬보이' 속 육하리가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신예은이라는 배우가 가진 생동감에 있다.
신예은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테토력(주도적이고 외향적인 성향+힘)' 넘치는 매력으로 꾸준히 화제를 모아왔다. 소속사로부터 금지령을 받았을 정도로 예능에서는 솔직함과 꾸밈없는 매력을 보여줬고, 지난해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애교배틀'을 통해 거침없는 애교 리액션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배우 본인이 가진 매력이 캐릭터에 더해지며 빛을 발하는 셈이다.
동갑내기인 이재욱과의 로맨스 호흡도 좋다. 도지의와 육하리는 극 초반 서로를 밀어내고 의심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신예은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캐릭터를 단단하게 붙든다. 편동도라는 자연 공간이 주는 청량함도 밝은 에너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어느덧 신예은은 스물여덟 살을 지나고 있다. 그동안 그는 서늘한 악역도, 단단한 시대극도, 사랑스러운 로맨스도 경험했다. 그리고 '닥터 섬보이' 속 육하리는 신예은이 쌓아온 족적의 집합체가 되고 있다.
작품은 이제 막 반환점을 지났다. 남은 회차에서 육하리의 비밀과 상처가 어떻게 풀리고, 도지의와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깊어질지에 따라 신예은을 향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닥터 섬보이'가 신예은에게 새로운 분기점이자 대표작으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예은이 출연하는 '닥터 섬보이'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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