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보다 만배는 열심히 살았어!" 폭염 속 올림픽공원, 월드컵도 묻혔다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6.19 15:01 / 수정: 2026.06.19 23:07
19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집회, 폭염 러브버그에 고통
월드컵 열기는 '딴 세상' 이야기...유튜버 폭언·내부 실랑이로 어수선
19일 오승혁의 현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시위 현장에서 월드컵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19일 '오승혁의 '현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시위 현장에서 월드컵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네가 뭔데 나한테 그만 하라고 해? 내가 너보다 만 배는 열심히 살았어!"

"축구 졌네..." "아 그래? 나는 안 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2주를 지나 15일 차를 맞이했다. 19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은 집회 장기화와 다소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여름철 휴가지의 야영장처럼 텐트와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이 아홉 번에 걸쳐 찾은 올림픽공원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와 "한미 공조! 국제수사!" 등의 구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16일 체육단체들이 경찰의 조력을 받아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진입을 시도했던 2-1 게이트 앞에 푸른색 대형 천막이 재설치되는 등 더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 첫 폭염 특보가 내려진 이날 올림픽공원에는 '러브버그'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나눔 받은 이온 음료 뚜껑을 열자 단 냄새를 맡고 찾아온 러브버그들은 무더위와 함께 집회 참가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천막, 텐트, 은박지, 돗자리와 얼음물, 냉각 시트, 쿨 토시 등의 나눔으로 집회 참가자들은 더위를 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모든 노력의 효과가 일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더위가 지속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과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지던 시간, 집회에서는 대~한민국 대신 평소와 같이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만 울려퍼졌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과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지던 시간, 집회에서는 "대~한민국" 대신 평소와 같이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만 울려퍼졌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곳곳에서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졌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홈그라운드 이점을 안고 뛰는 멕시코를 상대로 우리 대표팀이 선전하며 투혼을 보였지만 올림픽공원에서 월드컵은 다른 나라 이야기에 가까웠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경기 중에도 태극기, 성조기 등을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계속 외치며 게이트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핸드볼경기장 인근을 돌며 시민들을 관찰했지만 득점 찬스를 놓쳤을 때나 우리 대표팀이 아쉽게 실점했던 순간에 탄식이나 환호가 흘러 나오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경기 중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모인 200여 시민들은 "대한민국" "짝 짝 짝짝짝"으로 대표되는 '붉은 악마'의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애국가를 부르며 집회 구호를 반복했다.

다만 경기 종료 후 이날 낮 집회에 참여한 이들 사이에서는 간간히 축구에 관한 대화가 흘러 나왔다. 한 중장년 남성이 지인을 향해 "아, 축구 졌네"라고 하자 "나는 안 봐서 잘 모르겠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날도 현장에서는 경찰과 취재진을 향한 일부 참가자와 유튜버들의 모욕과 폭언이 지속됐다. 한 장년 남성 유튜버는 경찰을 향해 "경찰은 지금 여기에 있을 것이 아니라, 간첩 이재명이를 체포해라", "나를 총으로 쏴서 죽여주면 행복하게 죽어줄게"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다른 청년 참가자가 "하지 마세요"라고 만류하자 그는 "네가 뭔데 나한테 '하지 마라'고 지시하냐"며 몸으로 밀고자 했다. 다행히 경찰이 중간에 말려 폭력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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