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영원히 사라질 뻔"…이택림, 45년 만에 '스물 한살 적에' 재발매
  • 강일홍 기자
  • 입력: 2026.06.17 19:37 / 수정: 2026.06.17 19:37
군 입대로 홍보 중단…최고 전성기에 가려졌던 '비운의 명곡'
당시 제작자 엄용섭 40년 세월 넘어 복원...다시 세상 밖으로
가수 겸 방송인 이택림이 45년의 세월을 건너 잊혀졌던 노래 한 곡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80년대 초 발표됐지만 시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 스물 한살 적에(김상배 작사 작곡, 심병하 편곡)가 현대 음향 기술을 통해 복원돼 새롭게 공개됐다. /이택림 제공
가수 겸 방송인 이택림이 45년의 세월을 건너 잊혀졌던 노래 한 곡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80년대 초 발표됐지만 시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 '스물 한살 적에'(김상배 작사 작곡, 심병하 편곡)가 현대 음향 기술을 통해 복원돼 새롭게 공개됐다. /이택림 제공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겸 방송인 이택림이 45년의 세월을 건너 잊혀졌던 노래 한 곡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80년대 초 발표됐지만 시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 '스물 한살 적에'(김상배 작사 작곡, 심병하 편곡)가 현대 음향 기술을 통해 복원돼 새롭게 공개된 것이다. 단순한 음원 재발매가 아니라 한 시대의 기억과 청춘의 기록을 되살린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복원된 '스물 한살 적에'는 이택림이 듀엣 '큰아들' 활동 이후 솔로 가수로 데뷔하며 발표한 첫 독집 LP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 제목은 '스물 한살의 비망록'으로, 81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처음 세상에 소개됐다.

당시 이 노래는 단순한 청춘가요가 아니었다. 젊은 세대의 고민과 현실 인식을 담아낸 가사가 군사정권 시절의 사회상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방송가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대학가요제 입상곡이었음에도 라디오와 TV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게 된 이유다.

이듬해인 82년, 당시 인기 가수로 떠오르던 이택림은 이 노래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제목을 '스물 한살 적에'로 바꿔 새롭게 취입했다. 녹음은 서울 마장동의 한 녹음실에서 진행됐다.

노래와 이택림의 인연은 우연처럼 시작됐다. 작사·작곡자인 김상배가 당시 대학생 시위 관련 수배 상태여서 직접 음반 작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영원한 친구'를 제작해 이름을 알린 음반제작자 엄용섭에게 음반 제작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이택림과 연결됐다.

이택림은 당시를 떠올리며 "시국 상황을 은유와 비유로 담아낸 노래였다. 데모테이프를 듣는 순간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 정도 연습한 뒤 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김민기의 노래보다 더 심오하다는 평가까지 했다.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이 노래는 음악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학가요제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이택림이 가장 먼저 리메이크했고, 이후 다른 가수들도 잇따라 다시 부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가수들이 탐낼 정도로 깊이 있는 메시지와 서정성을 갖춘 노래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노래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택림은 당시 대학가요제 진행자로 맹활약하며 최고의 MC로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방송가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군 입대로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 노래 홍보 역시 멈춰 섰다.

이택림은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만 방송 MC와 라디오 DJ로 더 인기를 누렸다. 그는 자칫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노래가 CD로 복원되고 음원으로 다시 빛을 보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사진은 10여년전 SBS 라디오 프로그램 이택림 서주경의 라디오 천하에 출연하던 당시 모습이다. /SBS, 더팩트 DB
이택림은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만 방송 MC와 라디오 DJ로 더 인기를 누렸다. 그는 "자칫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노래가 CD로 복원되고 음원으로 다시 빛을 보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사진은 10여년전 SBS 라디오 프로그램 '이택림 서주경의 라디오 천하'에 출연하던 당시 모습이다. /SBS, 더팩트 DB

84년 전역 이후 그는 TBC와 KBS, MBC를 오가며 입대 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지만 정작 '스물 한살 적에'는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결국 명곡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세월 속에 묻혀버렸다.

그렇게 잊혀졌던 노래가 다시 살아난 것은 제작자 엄용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아시스레코드를 통해 음반을 제작했던 그는 음원 권리자인 저작인접권 보유자로서 이번 복원 작업의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다. 40여 년 전의 원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음향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음원으로 되살렸다.

복원 과정에는 또 하나의 극적인 사연도 숨어 있다. 이택림은 "원래 LP 원판을 갖고 있었지만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 잃어버렸다"면서 "다행히 오랜 지인이 같은 음반을 두 장 소장하고 있었는데 한 장은 내 사인을 받아 보관하고, 나머지 한 장을 선물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칫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노래가 CD로 복원되고 음원으로 다시 빛을 보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택림이 이번 복원을 결심한 배경에는 시대를 초월한 노랫말의 힘도 있었다. 그는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의 사회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다"며 "요즘 세대가 들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복원 음반에는 타이틀곡 '스물 한살 적에'를 비롯해 '가버린 계절', '날이 갈수록', '모습이', '오해', '부모',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 '옛정', '그대 가고 없어도', '높은 하늘아', '과거는 흘러갔다', '웃는 마음 둥근 마음' 등 총 12곡이 수록됐다. 모두 이택림이 직접 부른 노래들이다.

45년 만에 되살아난 '스물 한살 적에'는 단순한 복고 음원이 아니다. 시대의 억압 속에 묻혀버린 청춘의 기록이자, 세월을 견뎌낸 음악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잊혀졌던 한 곡의 귀환이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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