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광주=조효근 기자] 광주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됐지만 책임을 묻는 행정처분과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 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참사는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가 잔해에 깔렸고,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규명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됐다. 철거 공사 관계자와 감리자, 하도급 업체 관계자 등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원청인 IPARK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 이하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2022년 3월 부실시공과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현산에 영업정지 8개월 등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현산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실제 집행은 미뤄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서울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현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행정처분은 재판 절차가 끝나 처분이 확정돼야 집행될 수 있다. 참사 이후 5년이 지났지만 기업의 책임을 묻는 행정 제재가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이유다.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도 답보 상태다.
유가족과 현산, 광주시는 2024년 5월 추모공간 기본계획안 마련을 위해 한 차례 면담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후속 협의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참사 현장 인근에 녹지를 조성하고 추모 식수를 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위치와 방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참사 당시 건물 잔해에 깔렸던 운림54번 시내버스 보존 문제도 남아 있다.
사고 직후 해당 버스는 광주의 한 정수장으로 옮겨졌고, 현재까지 임시 보관 중이다. 유가족들은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버스 보존과 전시를 요구해 왔지만 보존·전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고 버스를 통해 사회가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버스 보존 장소 마련 요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동참사는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남긴 도심 재개발 참사였다.
불법 재하도급, 부실한 현장 관리, 형식적인 감리, 안전보다 속도를 앞세운 철거 관행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면서 재개발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되돌아보게 했다.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학동참사는 아직 광주의 현재형이다. 책임을 묻는 절차와 기억을 남기는 일, 다시는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사 5주기 추모식은 유가족과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등이 참석한 가운데 9일 오후 4시 10분 광주 동구청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