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예능의 형태는 계속 변한다. 누군가는 무인도에 집을 짓고, 누군가는 민박집 문을 연다. 그렇게 수많은 숙박 예능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재석 캠프'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화려한 시설도, 자극적인 장치도 없었다. 대신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게임을 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담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민 PD와 윤신혜 작가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예능 '유재석 캠프'의 기획 과정부터 비하인드까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유재석 캠프'는 초보 캠프장 유재석과 예측 불가 직원 이광수 변우석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떠들고 놀고 까불며 일상 탈출을 완성하는 단체 캠프 예능이다. 지난달 26일 첫 공개돼 앞선 2일 10개 에피소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재석 캠프'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국내 1위를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소민 PD는 "기쁘고 너무 감사하다. 계속 1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시아권 흥행 비결에 대해서는 "출연자인 유재석 이광수 지예은 변우석 모두 아시아에서 인기가 워낙 많다. 특히 이광수 씨는 '아시아 프린스'지 않나. 변우석 씨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한국 특유의 캠프나 수련회 감성이 시청자들에게 잘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제작진은 '효리네 민박' '기안장'을 선보이며 숙박 예능의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이번 '유재석 캠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지만,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가진 고유의 색깔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둔다.
윤신혜 작가는 "숙박 예능은 주인장의 철학과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도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게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이 PD 역시 "'기안장'은 젊고 홀로 온 청춘들이 많았던 반면, '유재석 캠프'는 청춘뿐만 아니라 연인, 대가족 등 지원자들의 폭이 훨씬 넓었다. 유재석 씨 자체가 대중을 아우르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이와 직업을 숨긴 채 오롯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포맷이 유재석 씨와 가장 잘 맞을 거라 확신했다"고 전했다.

'유재석 캠프'는 무려 6만 팀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약 16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 작가는 "사전 면접을 위해 매일 수백, 수천 장의 지원서를 봤다. 최종 3차 면접까지 진행했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방송에 나와도 괜찮은 분들인지, 혹시 모를 리스크가 없는지 꼼꼼하게 검증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독특한 규칙 중 하나는 숙박객들이 서로의 직업과 나이를 비공개로 하고 닉네임으로만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는 제작진이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아이디어였다.
윤 작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PD님과 직접 '촌캉스'를 다녀왔는데, 그곳의 룰이 바로 나이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었다"며 "하루 동안 지내보니 선입견 없이 오롯이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게 되더라. 신선했고 여기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꽉 찬 1박 2일 코스였는데 처음 본 사람들과 밀도 있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절친한 친구에게도 말 못 한 고민을 털어놓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퇴소 후에도 꾸준히 연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체 생활이 주는 큰 힘을 믿게 됐어요."
특히 이번 1기 방송에서는 배우 지예은의 친동생이 숙박객으로 깜짝 등장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PD는 이에 대해 "완벽한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서만 보고는 전혀 몰랐다. '교회 사람들과 캠프에서 힐링하고 싶다'는 내용이 흥미로워 면접을 진행하다가 알게 됐다"며 "당시 지예은 씨의 출연 확정 전에 동생분이 먼저 지원을 했던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비밀로 해서 깜짝 놀라게 하려 했는데 기사가 먼저 나가 동생은 촬영 전에 알고 있었고, 지예은 씨는 촬영 당일까지도 몰랐다"는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제작진이 지켜본 '국민 MC' 유재석은 카메라 뒤에서도 쉬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 PD는 "현장에서 보면서 '저래서 살이 안 찌는구나' 싶을 정도로 쉬는 시간 없이 뛰어다니셨다. 갑자기 장을 보러 뛰어나가고 손님들을 챙기는데, 그걸 팔로우하는 카메라 스태프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윤 작가 역시 "마치 '말벌 아저씨'처럼 움직이셨다. 오직 목표는 하나, 손님들을 편하게 모시는 것이었다. 스태프들의 식사와 안전까지 챙기는 걸 보며 '눈이 두 개만 있는 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PD는 "유재석 씨가 직접 정한 슬로건이 '손님도 왕이고 나도 왕이다'였다. 본인의 확실한 추구미였다"고 웃었다.
"2기 촬영까지 모두 끝난 마지막 날, 하늘에 뜬 애드벌룬을 보면서 유재석 씨가 '이 슬로건 잘 정했다'고 자화자찬하시더라고요.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만족하신 것 같아요. 대신 주무실 때 코를 많이 골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유재석 캠프'를 가득 채운 임직원들의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익숙한 조합인 유재석과 이광수의 만남은 기시감을 지우고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다. 윤 작가는 "예전의 이광수 씨가 형님을 깍듯하게 모시는 '형바라기'였다면, 이제는 세월이 쌓여 유재석 씨를 쥐락펴락하며 조련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예은은 촬영 전 건강 이상으로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 PD는 "사전 촬영 직전까지 만나 컨디션을 체크했다. 다행히 본인이 빠르게 회복했고 의지가 강해 참여할 수 있었다"며 "방송 후 지예은 씨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픈 와중에 유재석 씨와 담담하게 나눈 대화가 기사화되고 좋은 댓글이 달린 걸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가장 신선한 카드는 단연 배우 변우석이었다.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변우석의 합류는 일찌감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PD는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인간적일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허술하더라. 그런데 그 허술함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빼는 것 없이 순수하고 열정적이에요. 특히 숙박객들에게 인기가 폭주해서 2기 때는 유재석 씨가 '이러다 '변우석 캠프' 되겠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어요.(웃음) 1기에 이어 2기 장기자랑 때도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윤신혜 작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두 사람은 '사람' 중심의 예능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작가는 "나도 저 공간 안에 들어가서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면 제작진으로서 가장 큰 보상을 받는 기분일 것 같다. 언제나 사람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PD는 "숙박객들이 퇴소하며 '인생에 몇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진심으로 즐거워할 때 가장 보람차다. 유재석 씨가 '숙박객들이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시청자분들께도 그 따뜻한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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