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첨] '다큐 3일' 돌아오고 '다시 사랑' 통했다…휴먼다큐의 힘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06.01 10:00 / 수정: 2026.06.01 10:00
'다큐 3일' 4년만 귀환→화제성 1위 '다시 사랑'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하루가 남긴 울림
KBS2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왼쪽)과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2부작 특집 다시 사랑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BS, MBC
KBS2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왼쪽)과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2부작 특집 '다시 사랑'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BS, MBC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다큐멘터리 3일'은 4년 만에 돌아왔고 '휴먼다큐 사랑'을 잇는 '다시 사랑'은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빠른 전개와 강한 도파민이 익숙해진 시대, 느리지만 진심 어린 시선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휴먼다큐가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KBS2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이 한 공간을 72시간 동안 조용히 관찰한 뒤 이를 50분 안에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서사보다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한 '다큐멘터리 3일'은 KBS를 대표하는 장수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2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촬영 제약 등의 이유로 약 14년 1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던 프로그램의 종영에 많은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환점은 지난해 마련됐다. 2015년 8월 방영된 '청춘 길을 떠나다'를 촬영했던 이지원 VJ가 당시 '10년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이 화제를 모은 것. 이후 10년이 지난 2025년 8월 '어바웃 타임-10년 전으로의 여행'이 호평을 얻으며 휴먼다큐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전한 수요를 확인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3일'은 지난 4월 정규 편성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다큐멘터리 3일'은 여전히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700여 개 노점이 빼곡히 들어선 동묘시장 상인들의 하루부터 이천 반도체 공장 속 사람들, 유기동물 보호·입양센터의 이야기까지 우리의 곁에 있지만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삶을 조명했다.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이 한 공간을 72시간 동안 조용히 관찰한 뒤 이를 50분 안에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이 한 공간을 72시간 동안 조용히 관찰한 뒤 이를 50분 안에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다큐멘터리 3일'에는 거창한 장치가 없다. 극적인 갈등도, 과한 연출도 없다. 제작진은 그저 한 장소에 머무르며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누군가의 노동, 식사, 대화, 침묵까지도 서두르지 않고 담아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삶과 닮아 있는 장면을 발견한다.

이 같은 흐름은 MBC에서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은영 리포트'가 선보인 2부작 특집 '다시 사랑'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18일과 25일 방송된 '다시 사랑'은 과거 MBC 대표 휴먼다큐였던 '휴먼다큐 사랑'의 기획 의도를 2026년 버전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다.

'휴먼다큐 사랑'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월마다 시청자들과 만났다. 말기암과 희귀병 등 삶의 시련 앞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한 울림을 전했다. 특히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의 모티브가 된 '너는 내 운명' 편 등은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명작으로 남아 있다.

'휴먼다큐 사랑'이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이유는 제작진이 슬픔을 과장하거나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그저 곁을 지켰고 출연자들은 꾸며지지 않은 일상을 살아냈다. 평범한 하루 속 작은 웃음들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돌아온 '다시 사랑' 역시 같은 결을 유지했다. '배그 부부' 편에서는 둘째 출산 7개월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움직이는 남편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2회 '손발 부부' 편도 마찬가지였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와 왼팔을 잃은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의 손과 발이 돼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은영 박사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며 출연진의 일상을 함께 바라봤다.

오은영 리포트는 2부작 특집 다시 사랑을 편성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방송 화면 캡처
'오은영 리포트'는 2부작 특집 '다시 사랑'을 편성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방송 화면 캡처

결과는 뜨거웠다. '다시 사랑'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 기준 5월 3주(18~24일) TV·OTT 월요일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한 것을 넘어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적을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자극적이고 빠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속 휴먼다큐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짧은 영상에 익숙해졌고 예능마저 점점 더 강한 설정과 자극적인 도파민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휴먼다큐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앞서 이경규는 "예능의 종착지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방송계에서도 이 말에 주목하고 있다. 화려한 장치와 설정도 좋지만 결국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순간 가장 큰 힘을 얻는다는 의미다.

휴먼다큐가 사랑받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기 때문이다. 자극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시간을 오래 바라보는 일, 누군가의 아픔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경험은 때때로 어떤 드라마나 예능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물론 제작 환경상 화제성과 시청률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3일'의 귀환과 '다시 사랑'의 호응은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휴먼다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3일'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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