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부천=정일형 기자] 눈을 다친 뒤 단순 충혈이나 통증 정도로 여겨 방치했다가 백내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상성 백내장은 노년층 질환으로 알려진 일반 백내장과 달리 젊은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따르면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 노화로 발생하지만, 외부 충격이나 고온·방사선 노출 등으로 수정체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외상성 백내장'도 적지 않다.
외상성 백내장은 운동 중 공이나 팔꿈치 등에 눈을 맞거나 넘어지면서 눈 주변을 다친 경우,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안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때 발생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나 의료 방사선 노출, 용접·유리공 작업처럼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에도 수정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백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외상성 백내장이 단순 수정체 손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충격이 눈 전체에 전달되면서 망막열공과 망막박리, 유리체 출혈, 홍채·모양체 손상, 시신경 손상 등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정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외상성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외상의 강도와 손상 범위에 따라 망막이나 시신경 손상이 동반될 수 있고, 이런 경우 시력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즉시 나타나지 않는 점도 위험 요소다. 외상 직후에는 단순 충혈이나 가벼운 통증만 있다가 시간이 지나 시야 흐림이나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수정체 혼탁이 지연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상 정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정체 혼탁이 심하면 시력이 떨어지고, 수정체 위치가 흔들리거나 틀어지면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염증이 동반되면 충혈과 통증, 눈부심이 나타나고, 눈 안 조직 손상으로 포도막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방수 흐름 이상으로 안압이 상승하면 녹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외상성 백내장이 의심되면 세극등 검사를 통해 수정체 혼탁 여부와 수정체 위치 이상, 안구 구조 손상 등을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시력검사와 안압검사, 안저검사, 망막 단층촬영(OCT), 안구 초음파 검사 등을 추가 시행한다. 특히 외상 후에는 수정체뿐 아니라 망막과 유리체, 시신경 상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 설명이다.
진단 과정에서는 과거 외상 이력 확인도 중요하다. 젊은 나이에 한쪽 눈에만 백내장이 심하게 나타난 경우에는 과거 안구 외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쳤는지와 충격 강도, 이후 시력 저하와 통증, 복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치료는 일반 노인성 백내장보다 복잡한 경우가 많다. 망막 손상이나 유리체 출혈, 안압 상승, 염증 등이 함께 나타나면 각각에 대한 치료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외상 직후에는 즉시 백내장 수술을 하기보다 염증 조절과 안압 안정 등 눈 상태를 먼저 안정시키는 치료가 우선 진행된다.
수술은 시력 저하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수정체 혼탁이 진행된 경우, 수정체 위치 이상으로 복시가 생긴 경우 등에 시행한다. 수정체가 이탈된 경우에는 손상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 진행된다.
한정우 교수는 "눈은 한 번 크게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기관인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눈을 다친 뒤 충혈이나 통증, 시야 흐림 증상이 있다면 단순 타박상으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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