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인천은 글로벌 산업 거점에 요구되는 전략 자산이 풍부하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기로 바이오산업·물류산업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동북아 핵심 도시이자 글로벌 거점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인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뿌리산업 연관 사업체 5861개에 6만3594명이 종사하고 있으나 이 중 86.8%가 중소기업이며, 주로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 등 기반 공정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이다.
또 지역 경제 현황과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인천 뿌리기업의 40.5%는 향후 1~2년 내 경영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경기 침체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납품 경쟁 심화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수립된 '인천 미래 성장동력 8대 전략산업 육성 방안'이 현재까지 주요 산업정책 추진을 위한 근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실효성은 약화됐다. 최근 AI, 자동차, 반도체와 관광 및 문화콘텐츠 산업이 본격적으로 인천의 주요 산업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기존의 뿌리산업을 기반으로 했던 인천 산업계는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산업분야의 강점과 기회는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하면서, 위협 요인을 최소화하는 생존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을 통해 발전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치사슬 분석은 1985년 미국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서 기업이 원자재를 조달해 최종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까지의 모든 활동을 세분화해 어느 단계에서 경쟁 우위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지를 분석하는 경영전략 기법이다.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인천의 강점은 공항, 항만,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등 산업육성에 필요한 전략 자산이 풍부하며, 다양한 지식기반 제조업을 확보하고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신성장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기존 주력산업인 기계·금속산업의 지역 내 높은 비중과 낮은 성장률, 원도심·신도시 간 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층 종사자 비중이 18.9%에 불과해 노동력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핵심 전략산업 생태계 조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과 업종 고도화 추진이라는 기회요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불안정 상황에 따른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인건비·재료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압박, 그리고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정책 추진 과정에서 수도권이 배제될 가능성 등은 현실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된다.
이러한 인천 산업의 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을 SWOT 분석을 통해 구분한 후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사슬 개념을 적용해 기업의 활동을 기본 활동(투입, 생산, 유출, 마케팅·판매, 서비스)과 지원 활동(인프라, 인적자원관리, 기술개발, 조달)으로 구분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과 도시 차원으로 확장하여 인천 산업의 발전 방안을 유추하면, 첫째 연구개발 및 디자인 등 생산 이전 단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활동인 상류(Upstream) 부문, 둘째 생산 및 제조 등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인 중류(Midstream) 부문, 셋째 물류 및 서비스 등 생산된 제품을 시장에 전달하고 고객과 관계를 맺으며, 서비스로 가치를 유지·확장하는 하류(Downstream) 부문, 마지막으로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 및 정책적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첫째, 상류 부문은 연구개발, 디자인, 핵심기술 확보다. 인천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 및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송도 글로벌 도시와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후공정 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며 분석, 계측, 시험 장비 등 공동 활용 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바이오산업은 송도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바이오융합 산업기술단지 조성 및 관련 국책 연구기관, 기업 유치를 통해 산·학·연·병 기반의 바이오융합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 부품 기업을 전기 및 수소차 부품 기업으로 전환하고 로봇, PAV(개인용 비행체), 드론 등 연관 산업으로의 진입을 지원하여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인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기능을 넘어 디자인과 브랜딩을 키워 차별화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 이후가 아니라, 생산 이전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상류 부문에서 연구개발과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항만·공항을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을 최적화하며, AI·친환경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류 단계의 혁신은 인천을 단순 제조 도시가 아닌,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도약하게 할 것이다.

둘째, 중류 부문은 생산, 제조, 공정혁신이다. 인천은 기존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하고 스마트화를 통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천은 오랫동안 제조업 중심 도시였으나 최근에는 산업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첨단소재, 바이오 생산 같은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 개발을 통한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 공장, 다크 팩토리(Dark Factory)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와 IoT를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을 최적화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형 스마트 공장 솔루션을 확산시켜야 한다. 낡은 산업단지는 단순 철거가 아니라 연구소와 창업센터, 문화 공간이 결합된 혁신지구로 재생해야 한다. 생산 현장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곳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태어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천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 현장에서 결정된다. 기존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스마트 공장을 확산시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노후 산업단지를 재생하여 연구·창업·문화가 결합된 복합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인천은 제조업의 전통을 미래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다.
셋째, 하류 부문은 물류, 유통, 서비스, 마케팅 분야이다. 인천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 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서비스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가치사슬의 하류 부문을 발전시키고 있다. 인천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된 가치를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데 달려 있다.
항만과 공항을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 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전자상거래 및 특화산업의 유통망을 확대하며, 도시 브랜드와 산업을 연계한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애프터서비스, 교육, 컨설팅 등을 포함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인천을 고객 중심의 글로벌 혁신도시로 도약시켜야 한다.
넷째,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및 협력이 필요하다. 인천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은 생산 현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천은 노후계획도시, 도시재생 혁신지구 지정 등을 통해 낡은 산업단지를 첨단 복합지구로 전환하고, 청년 인재를 유인하고 육성하며 글로벌 전문가를 유치해야 한다. 또한 AI·친환경, AI 커넥티드카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고, 공공조달을 통해 지역기업을 뒷받침함으로써 산업 가치사슬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 활동이야말로 인천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인천의 산업 발전은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라, 가치사슬의 각 단계와 도시계획 원리를 결합해 실행력을 높이는 통합 전략이어야 한다.
상류 부문에서 연구개발과 디자인을 강화하고, 중류 부문에서 제조업 고도화와 스마트화를 추진하며, 하류 부문에서 글로벌 물류·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원 활동을 통해 인프라·인재·기술·정책을 통합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여기에 도시계획의 균형, 연결, 재생 원칙을 적용하면 산업과 공간이 함께 혁신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이러한 전략을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적 비전으로 추진해야 하며, 청년 인재 육성, 산업단지 재생,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같은 정책적 함의를 실천할 때 인천은 진정한 ‘산업-도시 융합형 혁신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결국 인천의 공간혁명은 산업 가치사슬과 도시계획 원칙이 나란히 작동할 때 완성된다. 이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인천이 산업과 도시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만들어낼 때,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글=추교진 인천테크노파크 산업기술단지팀장·인하대 겸임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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