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운항 손실과 승객들의 항의 우려 속에서도 '눈앞의 이윤' 대신 '한 사람의 생명'을 선택한 한 여객선사의 결단이 지역 사회와 관광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 울릉군청 자유게시판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울릉크루즈 임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훈훈한 미담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건은 전날인 21일 밤 만석에 가까운 승객 1088명을 싣고 오후 11시 포항 영일만항을 출발해 울릉도로 향하던 울릉크루즈의 전천후 카페리선 '뉴씨다 오펄호' 선내에서 발생했다.
출항 후 승객들이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던 자정 무렵, 선내에 다급히 의료진을 찾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탑승객 중 70대 여성 응급 환자 A 씨(74)의 생명이 위태로운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의료진을 애타게 찾는 다급한 목소리에 선내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급하다는 것을 인지한 선장과 선사 측은 지체 없이 결단을 내렸다. 새벽 1시쯤 선내에는 "환자의 상태가 위급해 포항으로 회항을 결정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미 포항을 떠나 바다 한가운데서 2시간가량 울릉도를 향해 항해하던 시점이었다.
회항을 결정할 경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유류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 승객들의 일정 지연에 따른 거센 항의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상 응급환자 발생 시 회항은 규정상 가능하지만, 선사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울릉크루즈 측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삼고 곧바로 포항 영일만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새벽 3시쯤 다시 포항항에 도착한 여객선은 부두에서 대기 중이던 119구급대에 무사히 환자를 인계한 뒤, 곧바로 울릉도를 향해 재출항했다. 선사의 신속한 결단 덕분에 응급환자 A 씨는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포항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측의 책임감 있는 대처와 탑승객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도 빛났다.
예기치 못한 회항으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4시간가량 늦어진 오전 10시쯤 울릉도에 도착하게 되자, 선사 측은 일정 지연에 대한 도의적인 사과의 뜻을 담아 탑승객 1088명 전원에게 선내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선사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겪은 불편을 마음으로 보듬은 것이다.
당시 여객선에 탑승했던 승객 이모 씨는 울릉군청 게시판을 통해 "두 시간이나 달린 길을 되돌아가면서 발생한 막대한 연료비 손실에, 선사 잘못이 아님에도 1,000명이 넘는 식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며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결정과 배려에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사회는 "진정한 생명 존중을 실천한 기업",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당연한 진리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윤 추구를 넘어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나아가 지역 상생의 가치를 실현한 울릉크루즈의 이번 대처는 우리 사회와 관광 업계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t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