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군위=정창구 기자] "같은 마을에서 함께 늙어가며 아흔을 맞는다는 건 참 큰 복이지요."
대구시 군위군 산성면 삼산2리가 오랜만에 웃음과 박수, 그리고 따뜻한 정으로 가득 찼다.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한 특별한 잔치 때문이다. 20일 삼산2리 경로당에서는 이필순·김순화·이귀선·엄남선 어르신의 합동 구순잔치가 열렸다.
한 해에 같은 마을 동갑내기 어르신 네 분이 모두 건강하게 구순을 맞은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주민들은 이를 "마을의 큰 경사"라며 며칠 전부터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경로당 안팎을 꾸미며 잔치를 손수 마련했다.
이날 경로당에는 가족과 주민 등 80여 명이 모여 네 어르신의 건강과 장수를 축하했다. 주민들은 손수 삼단케이크와 과일, 꽃과 선물을 준비해 정성 가득한 잔칫상을 차렸고, 어르신들은 환한 미소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촛불을 끄는 순간에는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일부 주민들은 "우리 부모님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오랜 세월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이웃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잊혀가는 농촌 공동체의 따뜻한 정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의 삶을 지켜봐 온 주민들은 "힘든 세월도 함께 버텨낸 분들이다"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 마을은 평소에도 어르신 공경 문화가 깊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이번 합동 구순잔치를 통해 단순한 생일잔치를 넘어, 효(孝)의 가치와 이웃 간 정을 다시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기쁨과 세월을 함께 나누는 작은 시골마을의 풍경은 잊고 지냈던 사람 냄새 나는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며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 주민은 "요즘 시골은 이웃 간 왕래도 예전 같지 않지만 오늘은 마을 전체가 한 가족이 됐다"며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마을의 역사와 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최광자 노인회장은 "한 마을에서 네 분이 모두 건강하게 구순을 맞으신 것은 큰 축복인 만큼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t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