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남북 여자클럽축구 승자는 '내고향', 수원FC에 2-1 역전승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05.20 20:55 / 수정: 2026.05.21 05:19
20일 AWCL 준결승전 내고향여자축구단 2-1 수원FC 위민
결승전은 오는 23일 도쿄 베르디-내고향...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역사적 남북여자축구 클럽 간 남한 첫 경기를 펼치고 있다./수원종합운동장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역사적 남북여자축구 클럽 간 남한 첫 경기를 펼치고 있다./수원종합운동장

[더팩트 | 박순규 기자·수원종합운동장=오승혁 기자] 빗속의 자존심 대결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이 웃었다. 역사적 남북 여자 축구 클럽 간 남한에서의 첫 경기 승자는 내고향이었다.

한국의 WK리그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과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후반 4분 하루히 스즈키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나갔으나 후반 10분과 22분 최금옥 김경영에게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수원FC 위민은 전반부터 적극적으로 내고향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던 하루히는 후반 4분 세컨드 볼이 내고향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떨어지자 재빨리 파고들며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1-2로 역전을 허용한 뒤에는 후반 34분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재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쇼연의 킥은 골키퍼를 완전히 속였으나 왼쪽 골대를 벗어나며 동점에 실패했다.

내고향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도쿄 베르디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도쿄 베르디는 멜버른 시티(호주)와 준결승전에서 시오코시 유즈호의 2골을 앞세워 3-1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도쿄 베르디와 내고향, 수원FC 위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경쟁했다. 도쿄 베르디는 수원FC 위민과 0-0으로 비겼고, 내고향에는 4-0으로 크게 이겼다. 조별리그에서는 도쿄 베르디가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했고, 내고향은 2승 1패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수원FC 위민은 1승 1무 1패를 기록한 뒤 조 3위 중 상위 2개 팀 안에 들며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후반 4분 선제골을 기록한 수원FC 위민의 하루히 스즈키./수원종합운동장=KFA
후반 4분 선제골을 기록한 수원FC 위민의 하루히 스즈키./수원종합운동장=KFA

강한 빗줄기 속에서 수중전으로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수원FC 위민은 의외로 전반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에만 두 차례나 골대를 때리는 공격력을 펼치며 지난해 조별리그에서 0-3으로 패한 복수전에 나섰다. 전반 45분 동안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전반 22분 하루히의 헤더 슛과 30분 밀레니냐의 오른발 슛은 내고향의 양쪽 골대를 때리며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수원FC 위민은 후반 선제골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내고향의 집중력에 밀려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조별리그 패배의 아픔도 갚지 못했다.

박길영 감독이 이끄는 홈 팀 수원FC위민은 하루히 스즈키, 밀레니냐 바레토 데 올리베이라를 공격수로 내세웠고, 지소연, 윤수정, 아야카 니시카와, 권은솜으로 허리 라인을 구성했다.한다인과 이유진, 서예진, 김혜리로 수비진을 구성하고 골문은 김경희가 지낀다.이에 맞선 내고향 여자축구단은 공격수로 김혜영, 최금옥, 김경영이 스리톱으로 출격한다. 김송옥과 박예경, 안복영이 미들진으로 나선다.리명금, 리유정, 조국화, 리국황으로 구성된 포백에 수문장은 박주경이 맡았다.

AWCL은 2년 전 AFC가 여자 축구 활성화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출범한 대회다. 아시아 각국 여자 축구 리그의 우승팀들끼리 격돌하며,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1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0만 달러(약 7억5400만원)다.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이 방한해 경기에 나서는 건 내고향이 처음이다. 여자 축구대표팀으로 계산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 스포츠 선수로 따지면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에 참가한 차효심 이후 8년 만이다.

후반 10분 최금옥의 헤더슛으로 1-1 동점을 만든 뒤 기뻐하는 내고향 선수들./수언종합운동장=KFA
후반 10분 최금옥의 헤더슛으로 1-1 동점을 만든 뒤 기뻐하는 내고향 선수들./수언종합운동장=KFA

수원FC 위민은 2024시즌 WK리그에서 14년 만에 우승해 아시아 클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미얀마 양곤에서 치른 이번 대회 본선 C조에선 ISPE(미얀마·5-0 승), 내고향(0-3 패), 도쿄 베르디(일본·0-0 무)에 1승 1무 1패를 거뒀고, 성적이 좋은 3위 자격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선 내고향에 참패를 당했지만, 그때와 지금 수원FC 위민은 완전히 다른 팀이다. 올해 초 수원FC는 한국 여자 축구 전설 지소연과 축가대표 주장 출신 수비수 김혜리를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실제로 수원FC 위민은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우한 장다(중국)를 4-0으로 완파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내고향은 2012년 평양을 연고로 창단해 2022년 리그 우승을 거둔 신흥 강호다. 이번 대회 예선 D조에선 마스터(라오스·11-0 승), RTC(부탄·7-0 승), 가오슝 어태커스(대만·5-0 승)에 23득점 0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3연승을 거두고 본선에 올랐다. 본선 C조에선 도쿄(0-4 패), 수원FC 위민, ISPE에 2승 1패를 챙겨 2위를 달성했고, 8강에서 호찌민 시티(베트남·이상 3-0 승)를 잡아 준결승에 안착했다.

공격수 김경영을 비롯해 중앙 수비수 리금향, 미드필더 김혜영 등 북한 여자 축구 국가대표가 즐비해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북한여자대표팀 사령탑인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축구인 2세다.

skp200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