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순흥의 혼 '압각수', 국가유산 지정 추진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5.20 10:24 / 수정: 2026.05.20 10:24
수령 600년, 950년 된 영주의 대표적인 영물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 절차 추진
경북 영주 순흥 지역 금성대군신단 옆에 위치한 압각수. /영주시
경북 영주 순흥 지역 금성대군신단 옆에 위치한 압각수.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역사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버텨낸 나무가 있다. 고을이 폐허가 되었을 때 함께 타들어 가듯 말라 죽었고, 고을이 다시 일어설 때 기적처럼 새 잎을 피워낸 나무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금성대군신단(錦城大君神壇) 곁을 묵묵히 지켜온 은행나무 '압각수(鴨脚樹)'가 마침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유산(경상북도 자연유산) 지정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영주시는 20일 순흥 지역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금성대군신단 압각수를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순한 노거수(老巨樹)를 넘어, 한 지역의 정신적 지주이자 살아있는 역사 증거가 마침내 제 이름을 찾게 되는 순간이다.

◇'오리발' 닮은 압각수의 유래

압각수라는 이름은 은행잎 모양이 오리의 발가락(鴨脚)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옛 명칭이다. 금성대군신단 인근에 자리한 이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각각 수령 600년과 950년으로 추정되는 영주의 대표적인 영물이다.

이 나무들이 특별한 이유는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영주 순흥 땅이 겪은 가장 참혹했던 아픔과 영광의 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흥이 죽으면 이 나무도 죽고, 이 나무가 살아나면 순흥도 살아나네."('금성대군실기' 및 '재향지' 기록 중)

순흥 주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 한 줄의 노래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실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금성대군신단(오른쪽)과 압각수(왼쪽). / 영주시
금성대군신단(오른쪽)과 압각수(왼쪽). / 영주시

◇순흥의 몰락과 부활을 함께하다

시간은 조선 세조 3년(14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해 단종 복위운동을 도모했던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의 계획이 실패로 끝나면서, 순흥부는 참혹한 피바람을 맞이했다. 고을은 폐지되었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거짓말처럼 이때, 신단 곁의 은행나무도 함께 말라 죽었다. 고을의 멸망과 함께 나무도 생명을 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적은 200여 년이 지난 뒤 찾아왔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고목의 밑동에서 다시 푸른 새 가지가 돋아나고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숙종 9년(1683년), 거짓말처럼 순흥부가 다시 회복(복설)됐다. 나무의 부활이 곧 고을의 부활로 이어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신령스러운 기록이다.

◇생육의 한계 뛰어넘은 '역사의 힘'…올 12월 지정 신청

현재 이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나, 오랜 세월의 풍파로 인해 자체 생육 환경은 다소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경상북도 위원들의 자문 결과, 압각수의 가치는 단순한 생물학적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확한 문헌 기록으로 '금성대군실기', '재향지' 등 확고한 역사적 문헌 근거 확보와 독보적인 역사성으로 금성대군의 단종복위운동 및 순흥부의 흥망성쇠와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명확한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볼 때,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서의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영주시는 지난 19일 '지정 신청보고서 작성 용역'에 본격 착수했으며, 고증 및 자료 수집을 거쳐 올해 12월 경상북도에 정식으로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순흥의 아픈 역사 묵묵히 지켜봐 온 소중한 자산"

엄태현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금성대군 신단 압각수는 순흥 고을의 아픈 역사와 복설을 묵묵히 지켜봐 온 역사적 증거이자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며 "철저한 연구용역과 준비를 통해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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