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군위=정창구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혀온 대구시 군위군의 정치 지형에 심상치 않은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군위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며 정면 승부에 나선 데 이어, 국민의힘 책임당원 1162명을 포함한 당원 1701명이 집단 탈당 후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지역 정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군위는 역대 각종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지역이다. 특히 군수 선거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 간 경쟁이 사실상 본선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보수세가 강했다. 민주당 등 진보계열 정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하거나 상징적 출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선거 초반에도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군이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무투표 당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민주당은 군수 후보로 이기만 후보를 내세운 데 이어 시·군의원 선거까지 전 지역구에 후보를 배치하며 조직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군위에서 민주당이 이 정도 규모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군위 민심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 TK(대구·경북)신공항 문제를 꼽고 있다. 대구 편입 이후 군위는 TK신공항 이전과 군부대 이전, 광역교통망 구축 등 대형 현안의 중심에 섰지만 사업 지연이 이어지면서 주민 피로감과 실망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대규모 집단 탈당 사태는 군위 민심 변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TK 지역 선거 역사에서 보수정당 핵심 당원들이 집단 탈당해 민주당계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집단행동의 중심에는 김영만 전 군위군수와 군위통합신공항 추진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박한배 통합신공항추진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오직 공항 때문"이라며 "2020년 공동합의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사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사이 군위 인구는 줄고 지역 경제는 침체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이번만큼은 군위를 살릴 새로운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보자는 뜻이 모였다"며 "이번 선택은 정당이 아니라 군위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추진위 내부에는 수십 년간 보수정당을 지지해 온 지역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나 역시 30년 넘게 보수정당 당원이었다"며 "하지만 공항 문제만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영만 전 군수도 이번 집단 탈당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혔다. 김 전 군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위 분위기가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결국 군민들의 마음속에는 TK신공항이라는 절박한 미래 과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 행보 역시 공항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군수는 "내가 이번 선거에 나서려 했던 이유도 오직 공항 하나였다"며 "강대식 의원(국민의힘, 대구 동구군위군을)에게도 수차례 어떤 일이 있어도 공항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권력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하는 한이 있어도 군위 미래를 위해 공항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정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공항 외에는 다른 정치적 계산은 없다. 개인의 유불리나 공천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며 "TK신공항은 군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 전체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 탈당 과정에 함께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 입당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지역 미래를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이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TK신공항을 완성하고 포항 항만과 산업 인프라까지 함께 키워야 한다"며 "지금 군민들이 선택하려는 것은 정당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군위는 역대 선거에서 진보계열 후보가 20% 득표조차 쉽지 않았던 대표적인 TK 보수 강세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전면 출마와 보수 핵심 지지층 일부의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정치 지형 변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집단탈당 사태가 향후 군위 정치사에서 '보수 균열의 시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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