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보이그룹에 있어 힙합은 이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 장르로 자리잡았다.
K팝 보이그룹과 힙합의 조합은 1세대 K팝 그룹의 대표주자인 H.O.T.나 젝스키스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이며, 이후 원타임 빅뱅 방탄소년단 등을 거치면서 힙합과 K팝의 경계선은 더욱 지워졌다.
일례로 K팝 보이그룹 출신인 지드래곤, 지코나 박재범 등은 힙합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현재 K팝 보이그룹은 붐뱁같은 올드스쿨 힙합부터 레이지, 디지코어 같은 최신 힙합 장르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K팝 그룹의 힙합 사랑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DJ들의 손에서 탄생했고 샘플링이 자주 사용되는 만큼 다른 장르와의 결합이 자유롭다. 또 보이그룹의 경우 힘 있는 퍼포먼스와 시너지를 내기 좋으며, 그룹 결성시 으레 래퍼 포지션이 포함된 점 등도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힙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글로벌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 5월 7일 자 '주간 톱 아티스트 글로벌' 차트에는 배드 버니(Bad Bunny), 드레이크(Drake), 칸예 웨스트(Kanye West), 페소 플루마(Peso Pluma) 등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더군다나 해당 차트에 이름을 올린 K팝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 제니(JENNIE),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코르티스(CORTIS) 중에 제니를 제외하면 모두 힙합에 음악 근간을 두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장르인 데다가 방탄소년단이나 스트레이 키즈같은 확실한 선례까지 있으니 K팝 보이그룹에게 '힙합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장르 음악으로서 힙합의 인기다. K팝에서의 높은 선호도와 달리 장르 음악으로서 힙합은 차트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플랫폼 멜론 14일 자 일간 차트에서 K팝이 아닌 힙합으로 분류할 곡은 김하온 노선 라프산두 마브 정준혁의 'TICK TOCK(틱톡)'과 나우아임영의 'KISS KISS KISS(키스 키스 키스)',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러브 러브 러브)'뿐이며 그마저 'TICK TOCK'과 'KISS KISS KISS'는 Mnet '쇼미더머니12'의 미션곡이고 'Love Love Love'는 2007년 1월에 발표된 곡이다.

또 3년 만에 야심 차게 부활한 '쇼미더머니12' 역시 새로운 힙합 뮤지션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는 됐지만 화제성이나 음원 성적 등은 기대에 못 미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K팝에서의 힙합과 장르 음악으로서 힙합의 이 미묘한 언밸런스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밴드 음악의 인기와 비교하면 더욱 의아함을 자아낸다.
밴드 신의 경우 데이식스(DAY6)나 QWER(큐더블유이알)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밴드 음악 전체의 인기가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밴드 음악이 주를 이루는 페스티벌은 최근 수년간 현장을 찾는 관객 수나 매출액이 모두 성장하고 있다.
반면 힙합 신의 경우 빅뱅이나 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 등의 인기가 힙합 전체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 힙합 레이블 임원 A씨는 <더팩트>에 "소비층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 두 장르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또 힙합 신에서도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이나 '랩비트 페스티벌'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힙합 뮤지션이 한국 가요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예를 들어 보이넥스트도어의 새 앨범에 페노메코와 릴 모쉬핏이 작가진으로 참여했고, 신스와 우탄은 엔믹스의 'Heavy Serenade(헤비 세레나데)'에서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오아(IOAH)와 박재범, 개코 등 많은 힙합 뮤지션이 K팝 그룹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애초에 많은 K팝 그룹이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힙합 뮤지션이 뒤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차트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인기가 없어졌다는 게 아니라 힙합 뮤지션이 활약하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다양해졌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A씨는 "장르마다 음악 사이클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정점을 찍었고 이제는 정점에서 다른 장르로 저변을 확대하고 융합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슈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하면서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힙합 뮤지션도 많다. 이 점을 더 주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laugardagr@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