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미사리 경정장에 ‘조성인 시대’가 도래했다. 24년 경정사(史)를 지탱해온 김종민, 심상철 등 쟁쟁한 선배들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스타트의 지배자’ 조성인(12기·A1)이 명실상부한 최강자의 위엄을 과시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 ‘0.26초에서 0.16초로’… 데이터가 증명하는 ‘일취월장(日就月將)’
경정은 찰나의 승부다. 출발 신호와 함께 1초 이내에 선을 통과해야 하는 플라잉 스타트 방식에서 조성인의 진화는 경이적이다. 2013년 데뷔 당시 그의 평균 스타트 기록은 0.26초였다. 하지만 끊임없는 훈련과 집중력 강화를 통해 최근 기록을 0.16초까지 단축시켰다. 0.1초의 단축은 경정에서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경주 운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의미한다.
조성인의 성장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고사성어 그대로다. 나날이 다달이 자라나고 발전한다는 뜻처럼, 그는 데뷔 첫해 51회 출전 중 5승을 거두며 예사롭지 않은 싹을 보였다. 신인 선수가 첫해 1승을 거두기도 벅찬 경정 생태계에서 이는 파격적인 결과였다. 이후 2018년 쿠리하라배 우승을 기점으로 2023년 왕중왕전, 2025년 스피드온배까지 메이저 대회를 잇달아 석권하며 ‘대상경주의 단골손님’을 넘어 ‘지배자’로 격상됐다.

◆ 승률 51.3%, 수치로 드러나는 ‘무결점’의 지배력
조성인의 강점은 단순히 빠른 스타트에만 있지 않다. 2026년 18회차 기준, 그의 성적표는 압도적이다. 20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승률 51.3%, 연대율(2위 이내 입상) 64.1%, 삼연대율(3위 이내 입상) 74.4%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다. 두 번 출전하면 한 번은 반드시 우승하고, 네 번 중 세 번은 시상대에 선다는 뜻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빈스 롬바르디는 "승리는 습관이다. 안타깝게도 패배 역시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조성인에게 승리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습관이 됐다. 2021년 23승, 2024년 44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그는 이제 개인 통산 첫 50승 고지 점령과 다승왕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 약점 없는 전술가, 경정의 새 시대를 열다
전문가들은 조성인을 두고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강력한 스타트를 기반으로 하되, 안쪽 코스에서의 ‘인빠지기’는 물론 외곽 코스에서의 과감한 ‘휘감아찌르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기에 철저한 체중 관리와 기계(모터) 대응 능력까지 갖춰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한다.
이서범 경정분석위원은 "조성인은 어떤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이 탁월하다"며 "현재의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장기간 조성인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의 경정이 투혼과 경험의 무대였다면, 조성인이 이끄는 현재의 경정은 정교한 데이터와 스타트 감각이 지배하는 ‘과학의 무대’로 변모했다. ‘차세대 강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경정 판도의 중심에 선 조성인. 그의 질주는 단순한 승리 쌓기를 넘어 경정의 새로운 표준(Standard)을 정립하고 있다. 팬들은 이제 그의 우승 여부가 아니라, 그가 써 내려갈 새로운 기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skp200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