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정치의 계절이 되면 흔들리는 사람이 많다. 더 큰 권력, 더 넓은 무대, 더 빠른 길 앞에서 대부분은 현실과 가능성을 먼저 계산한다. 특히 선거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치란 결국 세(勢)와 확장성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성사되면서 지역 정치권이 술렁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종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준비 중인 원성수 전 국립공주대 총장에게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다.
사실 정치권 입장에서 원 전 총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공주대 총장을 지낸 교육행정 경험, 안정적인 이미지, 교육계 인지도까지 갖췄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이 탐낼 만한 조건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지방 교육행정보다 훨씬 큰 정치적 무대와 영향력을 의미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평생 꿈꾸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 전 총장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정치의 길 대신 '교육의 길'을 택했다. 7일 민주당의 제안을 고사하고, 세종시교육감 선거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정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쉬운 카드"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오히려 "원성수다운 선택"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치적 유불리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그리고 처음부터 걸어온 길을 선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선택을 보며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대교약졸(大巧若拙)'이다. 큰 재주는 오히려 서툰 듯 보인다는 뜻이다. 진정한 능력은 화려한 말솜씨나 정치적 계산보다 묵묵한 실천 속에서 드러난다는 의미다.
실제 교육감 선거는 일반 정치 선거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 정당 간판도 없고, 조직 동원력도 제한적이다. 결국 교육 철학과 현장 경험, 신뢰가 승부를 가른다. 화려한 정치 무대보다 훨씬 외롭고 지난한 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원 전 총장은 정치권의 손을 잡기보다 교육 현장으로 향했다. 교육자 출신으로서 자신의 본령을 선택한 셈이다. 정치적 확장성보다 교육 전문성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지금의 교육 현실과 맞물려 더 큰 메시지를 던진다. 요즘 교육은 점점 정치의 언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교육감 선거조차 사실상 진영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육의 본질보다 이념과 정치적 구도가 앞서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그런 점에서 원 전 총장의 선택은 적어도 "교육은 교육답게 가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론 순탄치마는 않을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결국 교육감 선거는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과 실행력으로 평가받는다. 그것은 원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번 선택은 최소한 그가 왜 교육감 선거에 나섰는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택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교육을 말하면서 정치를 택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치의 손짓 앞에서 다시 교육으로 돌아가는 이는 흔치 않다.
그래서 원성수의 이번 선택은 '대교약졸'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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