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생수값 받는다"더니… 광장시장 메뉴판엔 '생수'가 없었다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4.20 16:49 / 수정: 2026.04.20 16:49
20일 서울 광장시장의 생수 2000원 별도 판매 식당 현장 취재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외국인 유튜버가 물을 달라고 하자 생수를 별도로 2000원에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는 광장시장 현장을 찾았다. /광장시장=오승혁 기자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외국인 유튜버가 "물을 달라"고 하자 생수를 별도로 2000원에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는 광장시장 현장을 찾았다. /광장시장=오승혁 기자

[더팩트|광장시장=오승혁 기자] "우리는 아주 정정당당하게, 당당하게 메뉴판에 생수 1000원 써두고 팔고 있지!" (서울 종로 광장시장 상인)

"여기 메뉴판에는 생수가 아예 없는데요?" (취재진) "아니, 그건... 어, 예전 메뉴판이..." (상인)

"그런데 원래 식당에서 물을 주면서 돈을 받나요? 언제부터 생수 따로 판매하셨어요?" (취재진) "..." (상인)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찾았다. 최근 미얀마 출신의 한 유튜버가 광장시장에서 겪은 일을 올린 영상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른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은 해당 유튜버는 물을 달라고 했다가 "생수는 2000원이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한국 식당에서 물값 따로 받는 거 처음 봐요"라고 묻자,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그렇게 받아"라는 답을 들었다.

식당에서 반찬과 물은 음식값에 포함돼 제공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국 문화에서 낯선 소리를 들은 상황이다. 해당 영상에는 "광장시장은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외국인들이 찾는 곳인 만큼 더 친절하고 깔끔하게 장사하면 좋을 텐데 반대로 하는 듯하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1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최대 규모이자 한국 최초의 전통 거래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의 운영 주체사인 광장주식회사는 1905년 7월에 설립됐다.

'K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이 넷플릭스 등의 OTT를 통해 글로벌 송출되고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면서 광장시장도 함께 스타가 됐다.

빈대떡, 김밥, 떡볶이, 순대 등의 분식과 육회, 산낙지 같은 특색 있는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이곳 근처만 가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가 귀에 들려올 정도다.

하지만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광장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 요금과 위생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취재진은 해당 유튜버가 방문한 식당에 이날 점심 무렵 찾아가 봤다. 이미 식사 중이던 외국인 관광객들 옆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자 한국인인지 묻는 질문이 들렸다.

논란이 된 유튜버의 영상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한 각도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인은 "우리 가게 아니다. 여기 가게들 다 비슷해 보인다"라고 부인했다. 다만 취재진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생수 논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이어진 생수 2000원 판매 여부와 이유를 묻는 대화에서 상인은 "우리는 메뉴판에 당당하게 생수 1000원이라고 적어두고 장사한다"며 "1000원짜리를 2000원에 팔면 안 된다"고 '당당하게'라는 표현을 짧은 대화에서 수차례 반복했다.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 광장시장을 찾았다. 메뉴판에 생수 1000원을 적어두고 당당하게 장사한다고 상인이 보여준 메뉴판과 달리, 자리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생수 항목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광장시장=오승혁 기자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 광장시장을 찾았다. 메뉴판에 생수 1000원을 적어두고 당당하게 장사한다고 상인이 보여준 메뉴판과 달리, 자리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생수 항목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광장시장=오승혁 기자

그러나 상인의 말과 달리 좌석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아예 '생수'라는 항목이 없었다. 상인이 따로 제공한 메뉴판에만 생수가 1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장 분식점 메뉴판에 생수가 따로 적혀 있는 낯선 모습에 "언제부터 생수를 따로 팔기 시작하셨냐"고 묻자 상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불쾌한 티를 냈다.

생수 한 병이 120년의 역사를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광장시장이 아닌 미담이 계속 들리는 광장시장을 만나고 싶은 건 지나친 기대일까.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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