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인천 영종도=오승혁 기자] "금도끼가 네 것이냐? 은도끼가 네 것이냐?" "둘 다 제 것이옵니다." 욕심을 부리던 나무꾼은 미끼 질문을 던진 산신령에게 제대로 걸려 원래 갖고 있던 것마저 모두 잃고 말았다. 하지만 둘 다 가지고 싶은 인간인 걸 어떡하나.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최근 iX2와 M135를 시승하면서 BMW가 취재진에게 구매 열망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물음을 던지는 '산신령'을 체험했다.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우리 고유의 전래동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유럽의 이솝우화 중 하나인 '나무꾼과 헤르메스'를 각색한 것을 고려하면 BMW를 '독일의 산신령'으로 비유해도 괜찮을 듯했다.
BMW가 취재진에게 "X와 M 중에 어떤 것이 네 차냐?"고 묻는 듯 두 차량의 성격과 매력은 판이하게 달랐다. 준중형 전기차 SUV인 iX2는 6580만원이고 콤팩트 해치백인 M135의 가격은 6180만원이다. 400만원 차이로 가격대는 유사하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는 가속 시간) 4.9초로 아반떼, 소나타 등 도로에서 흔히 마주하는 차량에 비해 두 배 정도 빠른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M135와 BMW 최초의 쿠페형 전기 SUV로 중국 CATL이 만든 64.7kWh 용량 NCM 배터리를 장착해 완충하고 전비 운전을 하면 400km 정도를 묵직하고 부드럽게 달릴 수 있는 iX2의 성향은 확실하게 다르다.
각각의 차량과 3일씩 함께 하며 배터리와 기름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서울, 인천, 경기 등의 다양한 도로를 부지런히 달렸다. M135와 안개가 잔뜩 낀 영종대교를 건너기도 했고 iX2와 봄비가 내리는 날 광화문 일대를 돌기도 했다. 이제 이렇게 느낀 감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제로백을 밟아보자.
-첫인상은 어떤가? 디자인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느낌인데.

한마디로 M135는 '다부진 근육질', iX2는 '세련된 미래형'이다. M135i는 과거 BMW의 강렬했던 '돼지코(키드니 그릴)' 인상이 유선형으로 다듬어지며 꽤 둥글둥글하고 귀여워졌다. 하지만 측면의 19인치 휠과 M 로고를 마주하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격언이 절로 떠오른다.
iX2는 전형적인 쿠페형 SUV의 매끈한 라인을 자랑한다. 특히 야간 주행 시 그릴 테두리를 밝히는 '아이코닉 글로우'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이 확실하다.
-주행 성능은 어떤가? 특히 M135가 궁금하다.
M135i의 주행은 '말도 안 되게' 강렬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과 궁동 일대의 경사가 60도(체감상)에 육박하는 급경사 언덕길을 치고 올라가는데, 평지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힘이 넘쳤다. 제로백 4.8초의 가속력은 2~3초대의 제로백 실력을 자랑하는 슈퍼카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고 신속했다.
iX2는 '어른들의 장난감' 같다. 엔진 소리는 없지만 '부스트 모드'를 활성화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몸이 시트에 깊숙이 파묻히는 쾌감이 상당하다. 정숙함 속에 숨겨진 막강한 힘은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을 '펀 드라이빙'의 재미로 승화시켰다.
-실내 공간과 편의 사양 중 아재들이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차량 모두 가장 인상적인 것은 15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라벤더'나 '플라밍고' 컬러를 선택해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재미가 확실하다.
하만카돈 오디오 역시 수준급이다. 라디오만 틀어놔도 서라운드가 완벽해 공간 전체가 소리로 꽉 차는 느낌을 준다. 30대 아재들이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뒷좌석(2열) 공간도 예상보다 여유로웠다. 성인 남성 평균 키를 기준으로 무릎 공간(레그룸)이 한 뼘 가까이 확보되어 패밀리카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iX2의 경우 트렁크 깊이가 상당하고 평탄화가 잘 되어 차박이나 나만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역시 '마사지 기능의 부재'와 '과한 디지털화'다. 최근 시승했던 폴스타 4의 강력한 마사지 기능과 비교하면 iX2의 시트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6000만 원 중반대의 가격을 고려하면 한국 아재들의 취향인 '시원한 안마'가 빠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또한, 거의 모든 기능을 디스플레이 안으로 집어넣어 물리 버튼이 사라진 점도 아쉽다. 비상 상황에서 직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에어컨 조절 하나에도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운전 중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다.
-30대 후반이면 슬슬 허리 걱정할 나이잖아. 승차감이나 시트는 어떤가?

M135는 스포츠카 감성을 그대로 계승해서 그런지 시트가 몸을 아주 꽉 잡아준다. 처음 앉으면 좀 단단한가 싶은데, 달리기 시작하면 이 시트가 왜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핸들이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중심으로 아주 직관적이라 아재들이 조작하기에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iX2도 스포츠 시트가 적용돼서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일품이다. 전기차라 그런지 승차감 자체는 M135i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숙하다. 낭만 있게 봄비 맞으면서 주행하는데, 위쪽 개방감이 좋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즐겼다.
-전기차 iX2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좀 있어?
오히려 어릴 때 RC카 가지고 놀던 그 재미를 어른용으로 키워놓은 느낌을 받았다. 드라이브 모드(Personal, Sports, Efficient)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바뀌는 것도 재밌고, 부스트 모드 당기고 밟으면 몸이 시트에 팍 파묻히는 그 느낌! 전기차가 혁신을 넘어 이제는 '펀 드라이빙'의 근본으로 가고 있다는 BMW의 철학에 끄덕이게 됐다.
-근데 아까 마사지 시트 없다고 아쉬워했잖아. 다른 옵션들은 어때?
사실 한국이 수입차 브랜드들이 옵션 장착에 큰 역할을 했다. 이제 BMW도 한국인 입맛에 맞춰 많이 변했다. 시트와 스테어링 휠 온열, 냉방 모두 들어가 있다. 허나 6000만 원 중반대인 iX2에 마사지 기능이 빠진 건 정말 아쉽다.
최근에 폴스타 4 탔을 때 그 마사지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더 그렇다. BMW도 '안마'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만 더 높여줬으면 좋겠다.

-실내 공간 활용도는 중요하잖아. 패밀리카로 가능할까?
iX2는 의외로 레그룸이 꽤 넓다. 성인 남성 평균 키로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이 한 뼘 조금 안 되게 남는다. 트렁크도 깊어서 짐 싣기 유용하고, 2열 폴딩 하면 완전 평탄화는 아니어도 차박이나 혼자 쉬기엔 충분하다.
M135i는 해치백 스타일이라 2열이 좁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여유 있다 물론 건장한 성인 넷이 장거리 가기엔 좀 빡빡하겠지만, 아이 있는 집이나 혼자 출퇴근용으로 쓰면서 가끔 지인 태우기엔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전기차 살 때 제일 고민되는 게 배터리랑 주행거리잖아. iX2는 어땠어?
iX2에는 중국 CATL의 NCM 배터리가 들어가 있는데, 완충 시 400km 뜬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300km 초중반 정도로 잡는 게 속 편하다. 부산 가려면 중간에 휴게소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소리다. 급속 충전하면 10%에서 80%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마지막 총평.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나?
아직 철들지 않은 열정을 간직한 '아재'라면 M135를, 조용하고 세련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아재'라면 iX2를 추천한다.
6200만 원대로 즐기는 300마력 오버의 '손맛'은 M135가 아니면 대안을 찾기 힘들다. 반면 iX2는 6500만 원 내외의 가격에 BMW의 브랜드 가치와 전기차의 정숙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지다. 개인적으로는 내연기관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엔진 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치고 올라가는 M135의 그 거친 손맛을 한 번 더 느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