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21] 매력적인 도시 성장…美 포틀랜드의 실험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6.04.09 08:00 / 수정: 2026.04.09 08:00
틀 깨고 'Keep Incheon Weird' 구현되길
창의·포용 특성 살린 도시개발 모색해야
거리예술가 브라이언 키드(Brian Kidd)가 포틀랜드시의 명물인 유니파이퍼(Unipiper, 유니사이클을 탄 불꽃 백파이프 연주) 퍼포먼스를 통해 도시 슬로건 Keep Portland Weird를 알리고 있다. /유니파이퍼 홈페이지
거리예술가 브라이언 키드(Brian Kidd)가 포틀랜드시의 명물인 유니파이퍼(Unipiper, 유니사이클을 탄 불꽃 백파이프 연주) 퍼포먼스를 통해 도시 슬로건 'Keep Portland Weird'를 알리고 있다. /유니파이퍼 홈페이지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얼마 전 앙드레 지드의 단편소설 '돌아온 탕자'를 읽었다. 제목에서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소설은 한 아들이 세상의 틀을 벗어나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기독교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변형한 이 작품은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나에게는 자신이 안주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 아들의 체험담처럼 느껴졌다. '자신을 가둔 틀을 깨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틀을 깨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틀은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동반하며, 그 과정을 통해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앙드레 지드와 소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는 모두 우리가 안주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알을 깨고 나올 것을 강조했다. 혹시 나도 현실에 안주하며 세상 밖을 보는 눈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틀을 깨는 사고는 도시개발에도 적용된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도시가 특별할 이유가 없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Portland)시는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라는 구호로 유명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특이하고 별난, 즉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곳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이다. 만약 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똑같이 만든다면 매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틀랜드는 도시의 독특한 개성을 강조하며, 문화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개발 방식을 추구해 왔다. 예술,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실험을 장려하고 독립적인 상점과 예술 갤러리, 빈티지 마켓 등으로 도시 정체성을 강화했다. 또한 친환경 개발을 우선시하며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소규모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을 지원해 경제적 자립을 도모했다. 이러한 문화·경제·환경적인 실험이 포틀랜드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 요소이다.

지난 1월 5일 개통한 영종도와 청라를 잇는 ‘청라하늘대교’의 주탑 상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교량 전망대로 기네스북에 오른 ‘더 스카이 184(The Sky 184)’가 문을 연다. /인천시
지난 1월 5일 개통한 영종도와 청라를 잇는 ‘청라하늘대교’의 주탑 상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교량 전망대로 기네스북에 오른 ‘더 스카이 184(The Sky 184)’가 문을 연다. /인천시

세계적인 도시를 추구하는 인천도 기존의 표준화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글로벌 도시의 성장은 상업적이고 획일적인 개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인천이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틀랜드처럼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적인 공간을 확대하고, 예술과 지역 문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로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과 공공 공간 개발을 우선시해야 한다.

포틀랜드는 대기업 중심이 아닌 소규모 비즈니스와 독립 상점을 통해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키웠다. 인천도 글로벌 기업 의존을 넘어 소상공인과 창업자를 지원하고 창의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경제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커뮤니티가 공존할 수 있도록 포용적 정책과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공공 공간을 시민 참여와 창의적 활동의 장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포틀랜드는 '별난 도시'를 추구하며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포용성을 구현하며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도 기존 도시개발의 틀을 깨고 인천만의 특성을 지닌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도시개발을 모색해야 한다. 인천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평등을 함께 이루어낸다면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결국 앙드레 지드의 '돌아온 탕자'는 단지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틀을 깨고 나올 때 글로벌 인천의 미래도 열린다.

글=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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