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성주=정창구 기자] "낯선 시설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다.
특히 요양 시설입소 대신 익숙한 집에서의 삶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돌봄 정책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7일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은 돌봄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경북 성주군은 이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성주형 통합돌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1년간 준비…'성주형 통합돌봄' 기반 다지다
성주군은 법 시행에 앞서 지난 1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현장의 답을 찾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돌봄 체계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80건 사례를 발굴했고 각 대상자 상황에 맞춰 방문 의료, 건강관리, 일상생활 지원 등 약 180건의 서비스를 연계했다.
이는 기존처럼 단편적인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형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주군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행정'이 아니라 '삶을 함께 설계하는 행정'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집으로 찾아오는 의료…삶의 질을 바꾼다
통합돌봄의 가장 큰 변화는 '찾아가는 서비스'에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의료진이 직접 방문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돌봄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실제 수륜면의 97세 한 어르신은 병원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재택 의료센터와 연계된 방문 진료를 통해 집에서 필요한 진료와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병원 중심이던 의료를 생활 중심으로 전환한 상징적인 사례다.
특히 농촌 지역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고려할 때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 복지를 넘어 지역 의료 격차를 줄이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 민·관 협력체계 구축…'돌봄 컨트롤타워' 가동
성주군은 통합돌봄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복지 분야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통합지원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 협의체는 정책 방향 설정부터 실행계획 수립, 기관 간 협력 조정까지 담당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 성주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퇴원환자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일상돌봄서비스 제공기관과 협력해 가사·이동·식사 지원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까지 확보했다.
이를 통해 병원 치료 이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재입원을 예방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의료와 복지, 생활 지원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기반이 만들어진 셈이다.

◇ 전수조사부터 원스톱 지원까지…행정이 먼저 움직인다
현장의 변화는 읍·면 단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성주군은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대상자 1509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담당 공무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개인별 맞춤 돌봄 계획 수립에 활용된다. 더 촘촘한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통합돌봄 서비스는 신청 절차 역시 대폭 간소화됐다.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한 번만 신청하면 방문 조사와 통합지원 회의를 거쳐 필요한 서비스가 한 번에 제공되는 원스톱 방식이다. 이는 복지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변화로 평가된다.
◇ "돌봄은 지역의 책임"…성주형 모델의 의미
성주군이 추진하는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돌봄의 책임 구조를 바꾸는 시도다. 그동안 가족과 개인에게 맡겨졌던 돌봄을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초고령화와 의료 접근성 부족, 가족 돌봄의 한계 등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이 모델은 향후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시설이 아닌 집에서의 삶'을 보장하는 정책 방향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돌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성주군의 통합돌봄은 결국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나이 들어야 하는가." 그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살던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성주가 제시하는 새로운 노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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