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구미=정창구 기자] 평범한 귀갓길이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한 사람의 따뜻한 관심과 용기가 절망의 끝에 서 있던 생명을 붙잡았다. 쉬는 날 우연히 마주한 위기의 순간, 한 경찰관의 침착한 대응이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낸 감동적인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미경찰서 여성보호계 소속 김라영 경사는 지난 3월 3일 오후 4시 30분쯤 귀가하던 중 한 아파트 복도 창문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는 A씨를 발견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당시 A씨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김 경사를 뿌리친 채 옥상으로 향했다. 그러나 김 경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뒤를 따라가 A씨를 붙잡았고, 격렬히 저항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김 경사는 오랜 기간 학대 예방 경찰관(APO)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은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그는 명령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대신 대상자의 눈을 마주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공감의 대화를 이어갔다. 조금씩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향하던 발걸음도 멈춰 섰다.
김 경사는 대상자가 돌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심리적 저지선을 만들며 차분히 설득했고, 마침내 안전하게 아파트 밖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대상자를 인계하며 긴박했던 상황은 마무리됐다.
한 사람의 따뜻한 관심과 용기가 절망의 끝에 서 있던 생명을 다시 현실로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유오재 구미경찰서장은 "가장 안전한 나라는 제복을 입었을 때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이웃의 어려움을 살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절망의 끝에 서 있던 시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우리 직원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날 김라영 경사는 '경찰관'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붙잡아 준 한 사람의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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