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예천=김성권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북 북부권 주민들이 "균형발전 대책 없는 통합은 또 다른 지역 소외를 낳을 뿐"이라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통합 추진의 명분 뒤에 가려진 북부권의 위기감이 표면 위로 분출되는 모양새다.
예천·안동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 명은 9일 오전 8시 경북도청 동문 앞에 모여 '대구·경북 졸속 행정통합 규탄 집회'를 열었다.
영하권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도청 신도시 완성이 우선" "북부권을 배제한 통합은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통합 논의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도청 신도시가 여전히 미완성 상태인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행정·재정·산업의 중심이 대구권으로 쏠리며, 북부권은 또다시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은 통합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한 특별법에 다음의 사항을 명문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세부적으로 △현 경북도 청사를 통합특별시의 주청사로 명확히 규정할 것 △공공기관 이전·재정 투자 시 경북 북부지역 우선 배분 원칙을 제도화할 것 △도청 신도시 건설의 당초 취지를 보장할 법적·재정적 안전장치 마련 등이다.
주민들은 "과거 도청 이전 역시 북부권 균형발전을 전제로 한 국가적 약속이었다"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통합을 강요받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학동 예천군수도 주민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군수는 "도청 이전과 신도시 조성은 단순한 행정 선택이 아니라 도민과의 엄중한 약속"이라며 "북부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제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군민과 함께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앞서 지난 1월 말 산업·재정·공공기관 이전을 포괄하는 '북부권 균형발전 패키지'를 경북도에 공식 건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예천·안동 주민들은 2월 한 달간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경북도청 동문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행정통합을 통해 '메가시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과 통합 과정에서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북부권의 반발이 정면 충돌하면서 주민 수용성 확보가 통합 논의의 최대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통합의 속도보다 내용과 균형을 요구하는 북부권의 외침이 향후 논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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