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백내장 수술 뒤 '실명' 공포…왜 행정은 막지 못했나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1.27 14:10 / 수정: 2026.01.27 14:10
영주시보건소 전경. /더팩트 DB
영주시보건소 전경. /더팩트 DB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시의 한 안과에서 발생한 백내장 수술 후 집단 안내염 사태는 단순한 의료 사고를 넘어 지역 의료기관 관리·감독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위험을 방치한 행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백내장 환자들은 밝은 세상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시력 상실과 평생 지워지지 않을 불안이었다. 병원 수술실 환경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왜 사전에 걸러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왜 사고 이후에도 책임은 흐릿한가다.

보건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뒤 역학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감염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행정의 언어는 끝내 조심스러웠다. 수술 중단은 '권고'였고, 처분은 '검토 중'이었다.

집단 감염이라는 중대한 결과 앞에서도 행정은 늘 그렇듯 신중했고, 신중함은 곧 미온으로 비쳤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정보 공개 태도다. 조사 결과는 피해자가 직접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마저 절차 뒤에 숨긴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피해자는 시력을 잃고, 진실을 알 권리마저 스스로 요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구조는 낯설지 않다.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조사는 사후적으로 이뤄지고, 책임은 수사 결과 뒤로 미뤄진다. 시간이 흐르면 관심은 식고, 제도는 그대로 남는다. 그사이 또 다른 환자는 같은 위험 앞에 놓인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무거운 질문은 이것이다. 만약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는 병원의 양심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점검하고, 경고하고, 필요하면 멈추게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행정은 예방자가 아니라 사후 정리자로만 등장했다.

피해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 두려운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행정의 시선 또한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질문은 반복될 것이다. 사고는 왜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책임은 왜 항상 늦게 나타나는지. 눈을 잃은 시민 앞에서, 행정은 이제 더 이상 흐릿해서는 안 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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