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고윤정의 '방학 일기장', 차무희·도라미와 함께한 '이사통'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6.01.27 10:00 / 수정: 2026.01.27 10:00
지난 16일, 12부작 전편 공개
김선호와 호흡·홍자매와 재회…1인 2역 소화
배우 고윤정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배우 고윤정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고윤정은 이번 작품에서 두 개의 얼굴을 연기했다. 불안을 삼키는 차무희와 그 불안을 대신 말해주는 도라미.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인물은 결국 하나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1인 2역 도전과 4개국 로케이션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는 촬영 과정을 돌이키며 '일기장'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추억을 꺼내놨다.

고윤정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극본 홍정은·홍미란, 연출 유영은, 이하 '이사통')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이자, 그의 망상 속 존재 도라미를 연기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6일 12부작 전편 공개된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예측불가 로맨틱 코미디다.

고윤정에게 '이사통'은 시간을 건너 도착한 일기장 같은 작품이다. 그는 "작년 2월 말에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1년 만에 공개돼서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일기를 들킨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즐겁게 찍었던 작품이라 더 그랬어요. 1년 전 촬영이라 기억이 날까 싶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많은 생각이 났어요. 돈독했던 케미가 잘 보였으면 했는데 당시의 날씨나 온도까지 다 느껴질 정도로 화면에 잘 담겼더라고요."

특히 고윤정은 작품 속 배경을 언급하며 연신 '예뻤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일본 기차역 장면, 캐나다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여전히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일본 기차역에서 호진과 무희가 서로 알기 전 각자 기다리는 장면이 있어요. 따로 장소를 통제해서 촬영한 게 아니다 보니 현지인들이 돌아다니는데 자전거랑 잠자리채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같더라고요. 세트장처럼 너무 예뻤어요."

캐나다 촬영 역시 인상 깊었다. 그는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찍은 장면은 카메라 앵글이 제가 보고 있던 시야랑 거의 같았다"며 "안개 하나 없이 청량해서 눈으로만 담기 아까울 정도로 영화 같았다"고 떠올렸다.

배우 고윤정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톱스타 차무희와 그의 망상 속 인물 도라미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넷플릭스
배우 고윤정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톱스타 차무희와 그의 망상 속 인물 도라미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넷플릭스

고윤정은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통역사와 여배우라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자신 역시 무희와 같은 직업군에 놓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감되는 지점도 있었다. 현실적인 이야기 위에 비현실적인 상황이 겹치며 동화처럼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한 도라미를 보고는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당시 고윤정 역시 몰랐던 설정이었기 때문. 이에 고윤정은 "엔딩에서 갑자기 '나 도리마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잠깐만' 했다"며 "역할이 하나 더 늘다 보니 일단 놀랐고 부담도 됐다. 동시에 설렘도 컸다. 그동안 해봤던 캐릭터와 결이 완전히 달라서 재밌게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돌이켰다.

"다시 대본을 찬찬히 읽어보니 앞선 서사 곳곳에 어느 정도 복선이 깔려 있더라고요. 또 도라미가 세상 밖으로 나온 트리거도 분명하게 있었죠. 무희와 도라미가 별개의 캐릭터이지만 사실 교집합도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무희는 생각이 좀 더 생각이 많은 친구라면, 도라미는 자유롭고 악동 같은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고윤정은 도라미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이유를 '불안의 증폭'으로 해석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앞서 걱정하고 과하게 해석하는 성향이 쌓이면서 또 다른 자아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는 "불안이 커질수록 도라미가 더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희와 도라미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지만,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보이길 원하지는 않았다. 고윤정은 두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같은 사람'으로 설정했다. 무희가 돌려 말하며 스스로를 방어한다면, 도라미는 직설적인 언어로 무희를 보호하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시청자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배우 고윤정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선호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케미를 전했다. /넷플릭스
배우 고윤정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선호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케미를 전했다. /넷플릭스

차무희가 지닌 불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겹쳐 이야기했다. 그는 스스로를 불안도가 높은 편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행복과 불안은 늘 함께 따라온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뤄낸 것이 많아질수록 잃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상식이나 공식 석상에서 느끼는 긴장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고윤정은 "내가 실수하는 건 괜찮은데, 그 실수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더 불안해진다"며 "무희도 잘못된 판단이나 말과 행동 등으로 자신의 것들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을 남들보다 높게 느낀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선호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의지'라는 표현을 꺼냈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애드리브가 오갔고 서로의 대사를 읽어주며 어디까지 가능할지 계속 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해외 촬영이 많았던 이번 작품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사실 선호 오빠가 워낙 애드리브도 잘하고 현장에 있는 소품 활용도 잘해요. 전 관찰하고 따라 하는 걸 좋아하는데 '나도 오빠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일본 촬영 때부터 오빠를 엄청 열심히 따라 했어요. 소품이나 동선을 활용하니 확실히 현장의 라이브함을 잘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고윤정은 작품의 핵심 장면으로 '도라미와의 이별'을 꼽았다. 9부 엔딩에서 도라미가 호진에게 무희를 떠나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그는 이를 호진과 도라미의 이별이 아닌, 도라미와 무희의 이별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배우 고윤정이 차기작을 언급하며 꾸준히 스타 작가들과 감독들에게 선택을 받는 이유를 추측했다. /넷플릭스
배우 고윤정이 차기작을 언급하며 꾸준히 스타 작가들과 감독들에게 선택을 받는 이유를 추측했다. /넷플릭스

극 중 차무희처럼 현실에서도 고윤정은 SNS 팔로워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는 작품 공개 시기에 맞춰 수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소화한 이번 작품은 고윤정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어렵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며 "도전하는 기분이었고 연기를 마친 뒤에는 속이 시원한 느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고윤정의 다음 행보도 이미 정해졌다. 차기작은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다.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신작으로, 배우 구교환과 호흡을 맞춘다.

현재 촬영 중이라는 그는 대본을 언급하며 "문어적인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다채로운 동화 같았다면, 지금 작품은 회색 시멘트 안에 반짝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현실적인 블랙 코미디 시트콤 같은 느낌"이라며 "상반된 매력이 있어서 새로운 대본을 연기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잇따라 대가로 불리는 창작자들과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왜 나를 써주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작품에 들어가면 계산 없이 몸을 던지는 편인데, 그런 점을 진정성으로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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