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드라마 '판사 이한영'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모범택시3'가 종영하면서 그 수혜를 제대로 누렸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다만 이 모든 걸 단순한 타이밍 효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장르적 쾌감, 촘촘한 서사,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맞물려야 가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지성이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극본 김광민, 연출 이재진)은 거대 로펌(법률 회사)의 노예로 살다가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 분)이 새로운 선택으로 거악을 응징하는 정의 구현 회귀 드라마다. 총 14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지성이 2015년 '킬미, 힐미' 이후 약 10년 만에 MBC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당시 지성은 일곱 개의 인격을 지닌 재벌 3세 차도현 역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최고 시청률 11.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으며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만큼 '판사 이한영'은 지성의 선택 자체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수치로도 빠르게 확인됐다. 4.3%로 출발한 시청률은 5%대까지 무난히 상승했고 지난 16일과 17일 방송된 5, 6회에서는 각각 10%와 11%를 기록하며 단숨에 두 자릿수 고지를 밟았다. 단기간에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는 최근 지상파 금토드라마 흐름 속에서도 이례적인 결과다.

시청률 급증의 배경에는 환경적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던 '모범택시3'가 지난 10일 최고 시청률 13.3%로 종영하면서 기존 시청자층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범택시3'가 방영되던 시기 '판사 이한영'은 4~5%대에 머물렀으나 종영 직후 곧바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시청자 이동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시청자 유입이 곧바로 정착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같은 장르, 비슷한 결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가 남아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판사 이한영'이 그 흐름을 붙잡을 수 있던 이유는 결국 이야기의 밀도와 이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가는 연기에 있다.
지성은 충남지법 단독판사 이한영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별 볼 일 없던 단독판사 시절 잘 나가는 로펌 대표의 사위가 된 이한영은 청탁 재판을 일삼으며 사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쓰는 인물이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결심하던 때 10년 전 단독판사 시절로 회귀하게 되고 이후 새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지성은 인물의 변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쌓아 올린다. 회귀 이전의 이한영은 부패 판사의 전형처럼 차갑고 냉혈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반면 회귀 이후에는 정의롭게 살기로 결심한 이한영의 전혀 다른 얼굴을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재판 장면에서 지성의 연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판결문과 법적 공방 등 대사가 많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의 결이 살아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감정을 과하게 실어 연설하듯 끌고 가지 않으면서도 어조와 호흡의 미묘한 차이만으로 상황의 무게를 전달한다. 덕분에 재판 장면이 길어짐에도 지루함보다는 실제 법정을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이한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판사로서의 무게감과 여유의 공존도 인상적이다. 법정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중심 잡힌 태도로 사건을 마주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말투와 주도권을 쥐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장난기 어린 듯한 여유가 스치듯 드러나는 순간이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절한 편성 시기, 장르적 쾌감, 그리고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는 배우의 연기가 맞물리며 '판사 이한영'은 현재 가장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금토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남은 회차 동안 이 기세를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판사 이한영'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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