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본격적인 상승 기류를 탔다. 방송 4회라는 점은 감안했을 때 입소문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오롯이 서사와 배우들의 힘으로 시청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KBS2 토일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극본 이선, 연출 함영걸)는 어쩌다가 천하제일 도적이 된 여인 홍은조(남지현 분)와 그를 쫓던 조선의 대군 이열(문상민 분)의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를 구원하고 백성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다. 총 16부작으로 2회까지 방영됐다.
첫 회 시청률 4.3%로 시작한 작품은 2회에서 4.5%로 소폭 상승했다. 이후 3회 5.3%, 4회 6.3%까지 2주 차 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첫 회보다 2%나 뛰어올랐다.
뿐만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기준 TV 드라마 화제성 순위 5위에 오른 것은 물론,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성까지 확보했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는 근거이자 '흥행 조짐'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이같은 수치가 괄목할 만한 건 작품이 전작의 바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선 작품 '마지막 썸머'는 2.7%로 시작해 자체 최저 시청률 1.5%까지 하락했으며 최종 시청률 1.7%로 막을 내렸다.
즉 시청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만한 흥행작이 아니었던 만큼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초반 시청자 유입을 전적으로 작품의 힘으로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며 화제성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점은 단순한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작 효과에 기대지 않고 입소문과 서사 흡인력으로 시청 흐름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상승세의 중심에는 이야기 구조가 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익숙한 사극 문법을 비튼 신선한 소재를 내세웠다. '도적'이라는 소재에 '여성'이라는 성별을 입힌 것.
여기에 박진감 있는 전개 속에서도 인물 간 관계를 차근히 쌓아 올린다. 천인과 양반 사이에서 태어난 홍은조(남지현 분)와 왕의 동생 도월대군 이열(문상민 분)의 만남은 유쾌한 해프닝으로 출발하지만, 감정의 결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분명해진다. 첫 만남의 기지, 재회의 설렘, 그리고 혼례를 앞둔 현실적 장벽까지 감정선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이어진다.
이처럼 4회까지 은조와 이열의 풋풋한 로맨스로 몰입도를 높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영혼 체인지' 서사가 가동된다. 작품의 큰 갈래 중 하나인 '영혼 체인지'는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결정적 변수다. 홍은조의 영혼이 이열의 몸에, 이열의 영혼이 홍은조의 몸에 깃들며 성별과 신분이 동시에 뒤바뀌는 설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성장 서사로 확장될 여지를 남겼다. 도적인데 여성이라는 성별을 비튼 설정 위에, 이제는 신분과 권력의 문제까지 더해지며 이야기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 조합 역시 흥미롭다. 먼저 이번 흥행의 일등 공신은 단연 남지현이다. 극 중 낮에는 혜민서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의녀이자 밤에는 길동이라는 이름의 도적으로 살아가는 홍은조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특히 그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흥행을 견인했던 남지현은 이번에도 자신의 '작품 보는 안목'을 다시 한번 입증 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를 자연스럽게 띄워주는 것으로도 정평이 난 만큼 문상민과 홍민기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을 제공 중이다.
문상민은 tvN '슈룹' 이후 또 한 번 사극에 도전했다. 남자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지만, 캐릭터의 서사와 케미를 통해 무게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홍민기 역시 아직 연기에서 어색한 지점이 없지 않으나, 인물 간 호흡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한다. 적어도 극을 끌어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영혼 체인지라는 장치가 단발성 재미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성장과 서사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작품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동시에 남지현과 호흡을 맞춘 문상민, 홍민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신선한 설정, 탄탄한 초반 서사, 그리고 상승세를 입증한 지표까지.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분명 좋은 출발선에 섰다. 영혼 체인지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후반부에서 이 흐름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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