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무서운 '고립'…폭설에 멈춰 선 울릉도의 겨울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5.12.26 11:04 / 수정: 2025.12.26 11:10
대설·강풍·풍랑 겹쳐…여객선 결항·버스 운행 중단
울릉군 신속 제설로 출근길 대란은 피했다

26일 오전 울릉군청 홈페이지 동영상으로 본 민족의 섬 독도(동도)가 하얀 눈옷을 갈아입고 있다. /김성권 기자
26일 오전 울릉군청 홈페이지 동영상으로 본 민족의 섬 독도(동도)가 하얀 눈옷을 갈아입고 있다.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밤사이 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울릉도가 또다시 폭설에 갇혔다. 대설과 강풍, 풍랑이 겹치며 바닷길과 육로가 동시에 막혔지만, 울릉군의 신속한 제설 작업으로 출근길 대란은 가까스로 피했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혹독한 울릉도의 겨울이 섬 전체를 멈춰 세웠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늦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밤사이 '눈 폭탄'으로 변했고, 울릉도는 육지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긴 전형적인 '겨울 고립 섬'의 현실을 다시 드러냈다.

26일 울릉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울릉도의 평균 누적 적설량은 18.5cm를 기록했다.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졌고, 순간 최대 풍속을 동반한 강풍이 몰아치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2도 안팎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지형 효과로 인해 오늘 늦은 밤까지 최대 30cm의 추가 적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울릉도의 겨울은 단순한 적설량보다 강풍과 해무, 월파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이번 폭설로 북면 일주도로 '죽암~선창' 구간에서는 높은 파도가 도로 위로 덮치는 월파 현상이 발생해 전면 통제됐다. 바람에 날린 눈이 도로 위에 다시 얼어붙으면서 차량 통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설국으로 변한 울릉도 /독자제공
설국으로 변한 울릉도 /독자제공

시내버스 4개 노선은 전면 운행이 중단됐고, 일부 노선은 단축·지연 운행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발생한 서면 남양리 낙석 현장 역시 기상 악화로 복구 작업이 중단되며, 겨울철 울릉도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폭설 속 울릉도의 또 다른 일상은 여객선 결항이다. 동해상에 풍랑경보가 내려지면서 포항~울릉 항로는 전면 통제됐다. 출근과 통원, 물류 이동이 모두 막히면서 주민 생활 전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현재 기상 상황으로 볼 때 여객선 운항 재개는 27일에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주민 불편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폭설이 본격화되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2단계로 격상하고 전 행정력을 투입한 제설 작업에 돌입했다. 제설차 4대와 소형 제설차 2대, 살수차 3대 등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제설을 진행하고 있다.

하얀 겨울옷을 갈아입을 울릉도 풍경. /독자제공
하얀 겨울옷을 갈아입을 울릉도 풍경. /독자제공

도동·저동·사동 일주도로와 읍내 시가지, 삼막터널~현포령, 북면 일주도로, 나리·석포 일대에는 자동 제설 장비인 '스노우멜팅 시스템'도 가동됐다. 군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도로 확보와 취약계층 안전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추가 폭설 예보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울릉도의 겨울은 눈보다도 배가 끊기는 게 더 무섭다"며 "며칠만 고립돼도 생필품과 병원 문제가 바로 체감된다"고 말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출퇴근길과 생활 도로를 우선 확보하겠다"며 "빙판길 낙상과 시설물 붕괴 사고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설 속에서 다시 증명된 울릉도의 겨울. 이 섬에서 겨울은 계절이 아니라, 버텨내야 할 재난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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