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방송 전부터 구설에 휘말렸던 '남극의 셰프'.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그램 밖은 물론 안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남극의 셰프',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17일 첫 방송한 MBC·STUDIO X+U 공동 제작 교양 프로그램 '남극의 셰프'는 사명감 하나로 혹독한 남극 환경에 고립돼 살아가는 월동대원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을 중심으로 배우 임수향 채종협, 엑소 수호가 출연한다.
하지만 첫 방송이 있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쳤음에도 뉴스 특보와 조기 대선 등 편성 변동으로 방송이 한 차례 연기됐다. 그 사이 백종원을 둘러싼 '빽햄(백종원 햄)' 가격 논란이 시작됐고, 더본코리아의 원산지 허위 표기 의혹, 농지법 위반, 원재료 관리 문제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세간의 시선이 프로그램으로 향했다. 자연히 "백종원 논란 때문에 편성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고 최근 더본코리아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행정 처분과 벌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백종원 또한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기업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이 영상 또한 최근 삭제되며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정작 방송이 시작된 뒤에도 새로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PPL 연관성 논란이다. 백종원이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선보인 치킨난반 메뉴가 더본코리아가 운영 중인 PPL 식당의 닭튀김 정식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
PPL 식당은 광고 의뢰에 따라 메뉴 구성이 바뀌는 콘셉트 매장이다. 온라인상에서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더본코리아는 "방송에 나온 음식과 브랜드 메뉴를 연관 짓는 건 지나친 추측이니 자제해달라"며 선을 그었다.
여기에 식자재 부족 심화 논란도 확산했다. 지난 6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세종과학기지 조리대원의 인터뷰가 뒤늦게 회자하며 "외부 방송 촬영으로 인해 식자재가 부족했다"는 증언이 퍼진 것. 이에 연출을 맡은 황순규 PD는 "남극 기지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에서 식재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곧 출연진이 세종기지의 제한된 비축 식량을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당시 세종기지가 예산 문제로 인해 보급이 지연돼 원래도 식량이 빠듯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촬영 시기와 겹치자 네티즌들은 "촬영이 부족 현상을 악화시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공개된 3회 예고편으로 동물학대 의혹까지 불거졌다. 예고 영상에는 누군가 펭귄의 꼬리를 들어 올리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남극에서는 국제협약과 세종기지 지침에 따라 연구 목적이 아닌 이상 야생 펭귄을 접촉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다만 제작진은 "펭귄의 꼬리를 들어올린 사람은 출연자가 아니라 아닌 연구원이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극의 셰프'는 방송 전부터 시작된 백종원 관련 논란에 이어 방송 후에도 연이은 의혹에 시달리며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잡음이 지속되는 동안 정작 제작진이 강조한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황 PD는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이기에 그 본질적 가치를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정반대다. 프로그램이 전하려는 메시지보다 출연자를 둘러싼 외적 논란과 제작 과정에 대한 의혹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신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지점이다. '남극의 셰프'가 지향하던 기후환경 교양 콘텐츠의 가치가 소음 속에 묻히고 있다는 사실이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프로그램이 내세웠던 기획 의도인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공존의 의미를 보여주겠다는 초심을 다시 중심으로 세운 일이다. 외적인 논란이 프로그램의 전부처럼 소비되는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남극의 셰프'가 돌아봐야 할 가장 큰 문제다.
본질이 흐려지는 순간 교양 프로그램으로서의 존재 이유도 함께 희미해진다. 제작진의 깊은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극의 셰프'는 매주 월요일 0시 U+tv, U+모바일tv에서 공개되며 MBC에서는 월요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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