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돌 '석(石)', 사랑 '애(愛)', 나무 '목(木)', 가수 미소 린의 신곡 '석애목'(石愛木)은 이 세 글자만으로도 한 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슬퍼서 더 깊이 남는 사랑, 그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발라드로 되살아났다.
'석애목'은 남원 운봉고원, 가야시대 철 도령과 화 공주의 전설을 모티프로 한 곡이다.
원수 집안의 자녀였던 두 사람은 태생부터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향했고,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불씨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비탄에 빠진 철 도령이 산속을 헤매다 절벽 아래로 추락해 세상을 떠나자, 그 자리엔 작은 풀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남겨진 화 공주는 평생 그 풀꽃을 돌보며 살아가다 생을 마감하고, 훗날 두 사람은 바위와 나무로 환생해 다시금 사랑의 꽃을 피운다.
이 전설의 애틋함을 노래로 담아낸 주인공은 바로 가수 미소 린이다.
그는 이번 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가슴 절절한 사랑을 풀어냈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눈물겨워라/ 어쩔 수 없는 인연이기에 슬퍼라 아쉬워라/ 세상 하나뿐인 오롯이 단 하나/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보고파 보고파라/ 바위가 되어 나무가 되어 우리 사랑의 꽃을 피우리라.'

곡의 작곡과 편곡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온 작곡가 정의송이 맡았다. 그는 "가사가 너무 맘에 들어 단번에 곡이 떠올랐다"며 "가사만 읽어도 이미 음악이 들리는 듯했다"고 극찬했다.
작곡가의 말처럼 트로트 발라드 '석애목'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이 가사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미소 린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산과 들이 품은 자연의 정서를 어린 시절부터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그 감성은 그가 직접 쓴 수많은 노래 가사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소 린은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부친을 여의고, 배고픔 때문에 두 언니와 오빠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홀어머니 아래 가난한 심심산골 생활은 생존 그 차체였다.
그를 버티게 한 힘은 언제나 음악이었다. 라디오로 세상과 만나고, 독학으로 노래를 익혔다. 차츰 마을 행사나 지역 축제 무대에 도전하며 노래 실력을 쌓았다.
이후 '남원 고로쇠약수가요제'와 '남원시민가요제'에서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지역 가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생계를 위해 음악을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고, 서울 중곡동에서 오빠가 운영하던 요식업과 부동산 일을 병행하며 바쁜 삶을 이어가야했다.

삶의 뒷전으로 밀린 음악은 늘 아쉬웠다. 2011년 발라드곡 '눈물의 사랑'(1집)으로 데뷔하며 마침내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예명은 미소(본명 정미자), 이름처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후 '예그리나'(2집), '즐거운 인생'(3집), '광한루 연가'(4집) 등 다수의 곡을 발표하며 꾸준히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올해 5월 '석애목'을 타이틀로 5집을 발표했다.
물론 5집까지 오는 동안에도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무명가수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이들 때문에 고통을 떠안아야 했다. 그 바람에 험난한 길을 더 멀리 돌고 돌았다.
대신 그는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다듬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노래,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 그 철학이 이번 신곡 '석애목'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에겐 고진감래 (苦盡甘來)였다.
"힘든 시절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음악이 늘 제 곁에 있었죠. 노래는 저에게 친구이자, 삶의 이유였어요."
인터뷰에서 미소 린은 "제 인생의 굴곡과 기다림, 그리고 사랑을 모두 담았다"면서 "이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혔다.

'석애목'은 단순한 발라드가 아니다. 전설과 현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순환을 담은 서정적 서사시다. 미소 린의 담백한 목소리와 정의송의 섬세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요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음악이 넘쳐나는 시대에, '석애목'은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사랑의 본질과 인연의 깊이를 되새기게 하는 노래다.
미소 린은 최근 라디오와 TV, 그리고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 공연 섭외가 이어지고, 신곡에 대한 팬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보기 드문 정통 발라드의 감성, 독특한 목소리가 매력"이라며 "스토리텔링이 있는 곡이라, 빠르게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의 마지막 구절처럼, '바위가 되어 나무가 되어 우리 사랑의 꽃을 피우리라'는 가사는 단순히 전설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노래한다.
가수 미소 린에게 '석애목'은 단순한 신곡이 아닌 삶의 이야기이자 음악적 귀향이다. 전설은 노래가 되고, 노래는 다시 전설이 된다. '석애목'은 그렇게 사랑의 꽃으로 세상에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