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에서 멧돼지 퇴치 활동 중 엽사가 동료를 오인해 쏘는 사고로 70대 남성이 숨진 가운데 공기총 허가자가 화약총을 무단 사용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사고는 지난 7일 오후 11시 18분쯤 여수시 둔덕동 인근 야산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소속 엽사 3명이 야간 유해조수 퇴치 작업을 벌이던 중 B(50대) 씨가 발사한 엽총탄이 A(70대) 씨를 맞혔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1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에 있던 3명 중 C 씨만 화약총 사용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공기총 허가만 있던 B 씨가 C 씨의 화약총으로 발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기총은 압축 공기를 이용해 탄환을 발사하지만 화약총은 폭발력을 이용해 훨씬 강한 살상력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두 총의 구조와 위력이 전혀 다르다"며 "허가 없이 화약총을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불법 행위로, 결과에 따라 형사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은 공동주택가와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주민들은 "밤늦게 총소리가 울릴 정도로 가까웠다"며 "주택가 인근에서 총을 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사건과 관련해 여수 지역 엽사들은 "야간 포획은 사실상 감각에 의존한 사격"이라며 "총기 교육은 연 1회 서류 점검 수준에 그치고, 조명·식별 훈련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실수가 아닌 제도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야생동물 포획을 이유로 총기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관리·감독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며 "야간 사냥 제한과 비살상 장비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오발사고'로 표현하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확한 표현은 '오인사격'"이라고 지적했다. 용어를 혼용할 경우 불법성과 책임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엽사들은 "여수시와 경찰이 수년째 엽사 안전교육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사람이 죽어야 제도가 바뀌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포획단을 새로 구성할 때마다 안전교육을 필수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1월에도 교육을 실시했고, 하반기에는 동영상 시청 등 보충교육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 활동에 대비해 발광 팔찌도 구입해 배포했다"면서 "이번 사고는 안타깝지만 시 차원의 기본 교육은 분명히 시행됐다"고 덧붙였다.
여수경찰서는 "현행법상 엽사에 대한 정기 안전교육 의무 규정은 없고, 총기 출고 시 사용 목적, 음주 여부, 활동 장소 등을 확인하고 출고 절차를 진행한다"며 "총기 허가는 개인별로 발급되며 양도·양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총기 사용 사실이 확인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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