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보이그룹 크래비티(CRAVITY)는 언젠가 치고 올라갈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변곡점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전작인 정규 2집을 기점으로 한 '리브랜딩'이다. 여러 부분에서 변화와 성장을 도모했지만, 사실 큰 외형적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스텝이 더 중요해졌다.
크래비티(세림 앨런 정모 우빈 원진 민희 형준 태영 성민)는 오는 11월 10일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2집 'Dare to Crave(데어 투 크레이브)'의 에필로그 앨범을 발매한다. 새로운 앨범임에도 전작의 에필로그라고 정의했다는 건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두고 이야기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리브랜딩이다.
리브랜딩은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크래비티는 지난 6월 정규 2집 'Dare to Crave(데어 투 크레이브)' 발매를 앞두고 그룹명의 의미와 로고를 바꿨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포도를 활용한 로고, 갈망(CRAVE)과 중력(GRAVITY)의 합성어로 재정의한 그룹명은 변화를 넘어 새로운 정체성 확립의 의지를 보여줬다.
말만 거창한 게 아니라 아예 체질개선을 했다. 타이틀곡 'SET NET G0?!(셋넷고)'를 포함해 전 멤버가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한 12개의 트랙을 정규 2집에 수록했고 더욱 다채로운 음악과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인 것. 이전 앨범들에서도 멤버들이 곡 작업에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이처럼 주도적으로 앨범을 이끈 건 유의미한 변화였다.
이를 통해 크래비티는 도피와 직면 사이에서 갈망을 마주한 소년들의 내면을 그려냈다. 갈망이라는 말 대신 끌림, 충동이라는 말 대신 움직임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고 중력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는 갈망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심었다. 9명 전원이 작사에 참여해 내가 아닌, 우리의 말을 담았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처음으로 유닛 구성을 도입했다는 점. '같은 팀'이라는 외피 아래 개성 있는 각각의 유닛으로 또 다른 색깔을 드러내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앨범 자체는 크래비티의 음악적 성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만 성과는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 약 25만 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3개 앨범(싱글 'FIND THE ORBIT(파인드 디 오르빗)', 미니 7집 'EVERSHINE(에버샤인)', 미니 6집 'SUN SEEKER(선 시커)')이 각각 기록한 27만여 장에 조금 못 미친다.

크래비티는 미니 6집으로 초동 판매량 20만 장을 넘긴 뒤 30만 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니 6집 발매가 2023년 9월이니 2년 넘게 성적이 제자리인 셈이다. 수많은 팀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팬덤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면 성과지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다른 팀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리브랜딩을 했다고 해서 당장 그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리브랜딩이 이뤄지는 게 아니고 결과물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정체성이 정립된다. 그렇게 봤을 때 리브랜딩의 시작을 알린 정규 2집의 에필로그를 앨범의 키워드로 내세운 건 영리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6일 공개한 커밍순 티저에서도 크래비티의 리브랜딩 방향성이 잘 드러난다. 레몬에이드에 보랏빛 포도 주스가 섞이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두 음료가 섞이며 신비로운 색을 내는 장면을 통해 전작인 정규 2집과 이번 앨범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것을 암시했다.
더불어 음원 사이트 내 'Dare to Crave'의 앨범 커버를 교체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에필로그 앨범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해당 커버에는 앨범의 상징이자 크래비티의 새로운 로고의 모티브가 된 포도알 여러 개가 막 물에 빠진 듯한 연출이 담겼고 더욱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기존 앨범 커버와는 또 다른 무드를 자아냈다.
크래비티는 보컬 랩 퍼포먼스 등 실력 면에서 큰 이견 없이 늘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여기에 제법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고 이는 도약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다. 그리고 정체기를 돌파하기 위해 리브랜딩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마저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에필로그 앨범이 더 중요하다.
크래비티는 오는 11월 10일 'Dare to Crave : Epilogue'를 발매한다. 그에 앞서 컴백 일정과 티징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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